인 연 설 - 한용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선 사랑하고 있다는 말을 못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에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그사람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표정은 이별의 시발점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하는 증거요,
가다가 돌아서면 사랑하니 잡아달라는 증거입니다.
가다가 멈추면 한번 더 보고 싶다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