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말 - 한용운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
중생(衆生)이 석가(석가)의 님이라면 철학은 칸트의 님이다.
장미화(薔薇花)의 님이 봄비라면 맛치니의 님은 이태리(伊太利)다.
님은 내가 사랑할 뿐 아리라 나를 사랑하느리라.
연애가 자유라면 님도 자유일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이름 좋은 자유의 알뜰한 구속을 받지 않느냐.
너에게도 님이 있느냐. 있다면 님이 아니라 너의 그림자니라.
나는 해 저문 벌판에서 돌아가는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 양(羊)이 기루어서 이 시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