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다 붉은 오후 - 조창환
푸른 잔디 가운데로 투명한 햇살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피보다 붉은 모란 꽃잎이
툭
떨어진다.
아그배나무 가득 희고 작은 꽃이
바글바글
피어 있다.
첫 키스를 기다리는 숫처녀처럼
숲을 설레게 하는 두려움이
파도처럼
술렁인다.
이 하늘 아래 빈 발자국 몇 개 남겨 놓은 일이
너무 눈부셔
어깨에 묻은, 달빛 같은 바람을
쓸어안는다.
피보다 붉은 오후 - 조창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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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보다 붉은 오후 - 조창환푸른 잔디 가운데로 투명한 햇살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피보다 붉은 모란 꽃잎이 툭 떨어진다. 아그배나무 가득 희고 작은 꽃이 바글바글 피어 있다. 첫 키스를 기다리는 숫처녀처럼 숲을 설레게 하는 두려움이 파도처럼 술렁인다. 이 하늘 아래 빈 발자국 몇 개 남겨 놓은 일이 너무 눈부셔 어깨에 묻은, 달빛 같은 바람을 쓸어안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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