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잉~ chuing~
츄잉 신고센터 | 패치노트 | 다크모드
공지&이벤트 | 건의공간 | 로고신청N | HELIX
로그인유지
회원가입  |  분실찾기  |  회원가입규칙안내
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에리리 | L:60/A:454
3,325/3,710
LV185 | Exp.89%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 | 조회 214 | 작성일 2020-01-20 00:06:23
[서브캐릭구경ON] [캐릭컬렉션구경ON] [N작품구경ON]
*서브/컬렉션 공개설정은 서브구매관리[클릭]에서 캐릭공개설정에서 결정할수 있습니다.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 셔츠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 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을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 가의 나지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주 앉아 대굿국을 끓여 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여 어느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승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스 잠'과 도연명과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개추
|
추천
0
신고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30일 이상 지난 게시물,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츄잉은 가입시 개인정보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즐겨찾기추가   [게시판운영원칙] | [숨덕모드 설정] |   게시판경험치 : 글 15 | 댓글 2
번호| | 제목 |글쓴이 |등록일 |추천 |조회
4294 시 문학  
부르도자 부르조아 - 최승호
에리리
2020-01-20 0 205
시 문학  
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에리리
2020-01-20 0 214
4292 시 문학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에리리
2020-01-20 0 249
4291 시 문학  
가을의 기도-김현승
가정교사
2020-01-19 0 164
4290 창작  
가을에-정한모
가정교사
2020-01-19 0 128
4289 창작  
가는길-김소월
가정교사
2020-01-19 0 107
4288 시 문학  
눈물 - 한용운
크리스
2020-01-19 0 272
4287 시 문학  
눈물 - 김현승
크리스
2020-01-19 0 2035
4286 시 문학  
눈길 - 고 은
크리스
2020-01-19 0 86
4285 시 문학  
흥부 부부상 - 박재삼
에리리
2020-01-19 0 112
4284 시 문학  
흙 한 줌과 이슬 한 방울 - 김현승
에리리
2020-01-19 0 122
4283 시 문학  
갈대의 맨발이 환하다 - 배우식
순백의별
2020-01-19 0 89
4282 시 문학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에리리
2020-01-19 0 125
4281 시 문학  
땅끝바다 - 배우식
순백의별
2020-01-19 0 102
4280 시 문학  
등불과 마주 앉았으려면 - 김소월
사쿠야
2020-01-19 0 110
4279 시 문학  
동경하는 여인 - 김소월
사쿠야
2020-01-19 0 79
4278 시 문학  
칸나꽃남자 - 배우식
순백의별
2020-01-19 0 105
4277 시 문학  
님의 노래 - 김소월
사쿠야
2020-01-19 0 168
4276 시 문학  
눈 - 김수영
크리스
2020-01-18 0 643
4275 시 문학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 김영랑
크리스
2020-01-18 0 139
4274 시 문학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 김종삼
크리스
2020-01-18 0 210
4273 시 문학  
휴전선 - 박봉우
에리리
2020-01-18 0 107
4272 시 문학  
화사 - 서정주
에리리
2020-01-18 0 111
4271 시 문학  
산새어머니 - 배우식
순백의별
2020-01-18 0 91
4270 시 문학  
홀린 사람 - 기형도
에리리
2020-01-18 0 122
      
<<
<
241
242
243
244
245
246
247
248
249
250
>
>>
enFree
공지&이벤트 | 접속문제 | 건의사항 | 로고신청 | 이미지신고 | 작품건의 | 캐릭건의 | 기타디비 | 게시판신청 | 클론신고 | 정지/패널티문의 | HELIX
Copyright CHUING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huinghelp@gmail.com | 개인정보취급방침 | 게시물삭제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