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마을 - 안단양
영춘 장터에서 가르마 곱게 가른 여인에게 동대리가 어디냐고 길을 물었습니다.
저기 재 넘으면 그 동네가 동대리라고 손짓 하대요.
거기에 사랑의 집이 있느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하대요.
재 넘어 학교 옆 구멍가게에서 껌을 한 통 사며 사랑의 집을 물으니
조금 더 올라가다가 오른쪽으로 보이는 빨간 벽돌집이라 하대요.
뭐 그렇고 그러려니 생각하며 찾아 갔는데 사람보고 반기는데 와-
천리 먼 길 찾아 온 사촌 반기듯 하대요.
식구는 몇이냐 아이는 몇 살이냐 무슨 일 하느냐
예서 묻고 제서 묻고 사랑 청문회 같대요.
그렇겠지요. 사람이 그립겠지요.
무엇 무엇을 바라기 보다는 그저 사람 만나 얘기하는 게 제일이라 하대요.
돌아설 때 되어서 작별인사를 해야겠는데 그만 가야겠다는 말이 안나오대요.
서운해 하는 눈빛이 사슴 같대요.
또 오라고 또 오라고 잡은 손놓지 않고 따라나서는 파리한 손길 뿌리치고는
모퉁이 돌아서며 눈물 쏟고 말았지요.
재 넘을 때까지 눈물 쏟아지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