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성되는 것들 - 최동일
물결이 틈새를 벌린다
그 좁은 공간에 조금씩 조금씩 풍경을 빨아들인다
여러 날 동안
산과 하늘을 가득 채우고 나서
서서히 두 팔로 감싸 안는다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부피와 면적
산들은 잘 길들여진 필마가 되어
수줍은 미소를 입가에 물고 제법 얌전해진다
물은 계속 산과 하늘을 짓누른다
오랜 기다림이 어어지고
이윽고 서서히 숙성되는 하늘과 산들
거기엔 꺼욱꺼욱 날아가는 철새들의 울음소리도
함께 익는다
계절도 내려와서
차이코프스키의 무용 조곡처럼 곱게 잠긴다
보아라, 저 정결한 한 폭의 평화!
그만 나는 부끄러운 한 그루 소나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