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의 집 - 배문성
노을의 집 - 배문성
저녁까지 집 앞을 지나간 것은
자전거 한 대,
개 두 마리였다.
그리고 잠시 싸래기 눈이 왔다.
노을이 지는지
언덕에 나무 세 그루가 차례로 나타났다.
흰 측백나무,
흰 측백나무,
느티나무.
그리곤 저녁이 된 것이다.
전화가 왔다.
벨소리는 노을 속에서 흘러나온다.
한 번,
두 번... 다섯 번,
노을 속으로
전화하는 것이 이렇게 멀다.
까마득하게 들리는 네 목소리에는 노을빛이 담겨 있다.
붉은 외등이 켜지는 동안 목소리가 사라진다.
꾸부정하게 서 있는 그림자를 핥으며
바람이 지나간다.
겨울이 다 가고서야 나는 왜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까.
나는 왜 아무도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을까.
사실 나는 누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몰두해 있었다.
내가 너를 기다린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나는 내가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