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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影) - 신동엽
사쿠야 | L:97/A:61
1,939/5,210
LV260 | Exp.37%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93 | 작성일 2020-02-23 00: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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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影) - 신동엽

버스에 오르면 흔들리는 재미에

하루를 산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와도

먹먹한 가슴 굳어만 갈 뿐

나타나줄 것같은

비가 내리는

어둔 저녁에도

너는 없었다.

대폿집 앞에 서면

부서지고 싶은 대가리

대가리를 흔들면서

전찻길을 건넌다.

 

댕그랑 땡

미친 가슴처럼

아스팔트 바닥에 쏟아지는

통쾌한 중량의 동전잎

버스에 오르면 울고 싶은 재미에

하루를 산다.

너는 말할 것이다.

돌아가라, 돌아가라고.

그러면서도

너는 내 눈을 지켜보며

떠나지 않는 것이다.

 

비는 내리는데

숙명처럼

나는 널 생각하고

고뇌의 심연에

빠져 버둥이는

내 눈을 너는

연민으로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다.

차라리 떠나라,

아니면 함께 빠져주든가.

가로수에 잎이 트면

그리고 보리 이랑이

강과 마을을 물들이면

나는 떠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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