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위에 쓴 시_드들강에서 - 홍관희
드문드문 내려앉는 햇볕을 쪼개어 쬐며
풀잎 같은 걸음으로 하루에 하루를 산다
발걸음 옮긴 만큼 남은 길은 짧아지고
가버린 것들과 다가올 것들에 대한 경계쯤에서
나 만한 크기로 묵묵히 흐르고 있는 드들강을 찾아
강물위에 풀꽃 같은 시를 쓴다
쉬이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지만
그냥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닌 나의 시
강물위에 쓴 나의 시는 더 낮은 곳을 향해
흐르면서 비로소 시가 되어 간다
만나야 할 것들을 천천히 속 깊이 사귀면서
조금씩 조금씩 시로 익어 간다
풀잎 같은 걸음으로 하루에 하루를 살아
내가 조금씩 내가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