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배 얼굴만 그리시는 송정할메
송정할메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백지에 북녘땅 할배 얼굴을 그리신다
송정할메 나이 구십이 넘도록
할배의 젊은 시절 얼굴만 그리신다
송정할메 아스라한 기억을 찍어
젊은 할배 얼굴을 그리시다
짠 눈물 매운 눈물 훔치시곤 한다
남북 정상이 손을 잡고 경계를 넘나드는 풍경이
예쁜 동화책을 펼쳐 놓은 듯이 평화롭던 그 봄날
굽은 등 위로 떠오르는 무지개
굽은 허리 아래로 흐르는 강물
25,175개의 할배 얼굴이 우르르 몰려와
송정할메의 일생을 소환하여 해후한다
송정할메 반짝 웃으시더니
기억이 가물하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