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잉~ chuing~
츄잉 신고센터 | 패치노트 | 다크모드
공지&이벤트 | 건의공간 | 로고신청N | HELIX
로그인유지
회원가입  |  분실찾기  |  회원가입규칙안내
백치 애인 - 신달자
에리리 | L:60/A:454
2,716/4,010
LV200 | Exp.67%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115 | 작성일 2020-03-06 00:16:18
[서브캐릭구경ON] [캐릭컬렉션구경ON] [N작품구경ON]
*서브/컬렉션 공개설정은 서브구매관리[클릭]에서 캐릭공개설정에서 결정할수 있습니다.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백치 애인 - 신달자

백치 애인 - 신달자

 

나에겐 백치 애인이 있다.

그 바보의 됨됨이가 얼마나 나를 슬프게 하는지 모른다.

내가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지를, 그리워하는지를 그는 모른다.

별 볼일 없이 우연히, 정말이지 우연히 저를 만나게 될까봐서

길거리의 한 모퉁이를 지켜 서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제 단골 찻집에서 찻집 문이 열릴 때마다

불길 같은 애수의 눈을 쏟고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길거리에서 백화점에서 또는 버스 속에서 시장에서,

행여 어떤 곳에도 네가 나타날 수 있으리라는 착각에

긴장된 얼굴을 하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이 안타까움을

그는 모른다. 밤이면 네게 줄 편지를 쓰고 또 쓰면서

결코 부치지 못하는 이 어리석음을 그는 모른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 그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장님이며,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이며,

내게 한 마디 말도 해오지 않으니 그는 벙어리이다.

바보애인아. 너는 나를 떠난 그 어디서나 총명하고 과감하면서,

내게 와서 너는 백치가 되고 바보가 되는가.

그러나 나는 백치인 너를 사랑하며 바보인 너를 좋아한다.

우리가 불로 만나 타오를 수 없고 물로 만나 합쳐 흐를 수 없을 때,

너는 차라리 백치임이 다행이었을 것이다. 너는 그것을 알 것이다.

바보 애인아. 너는 그 허허로운 결과를 알고 먼저 네 마음을

돌처럼 굳혔는가. 그 돌 같은 침묵 속으로 네 감정을 가두어 두면서

스스로 너는 백치가 되어서 사랑을 영원하게 하는가.

바보 애인아. 세상은 날로 적막하여 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

큰 과업처럼 야단스럽고 또한 그처럼도 못하는 자는

절로 바보가 되기도 하는 세상이다. 그래, 바보가 되자.

바보인 너를 내가 사랑하고 백치인 네 영혼에 나를 묻으리라.

바보 애인아. 거듭 부르는 나의 백치 애인아. 잠에 빠지고

그 마지막 순간에 너를 부르며 잠에서 깬 그 첫 여명의 밝음을 비벼집고

너의 환상을 좇는 것을 너는 모른다. 너는 너무 모른다.

정말이지 너는 바보, 백치인가.

그래 백치이다. 우리는 바보가 되자. 이 세상에 아주 제일 가는

바보가 되어서 모르는 척하며 살자. 기억 속의 사람은 되지 말며

잊혀진 사람도 되지 말며 이렇게 모르는 척 살아가자.

우리가 언제 악수를 나누었으며 우리가 언제 마주앉아 차를 마셨던가.

길을 걷다가 어깨를 부딪고 지나가는 아무 상관없는 행인처럼

그렇게 모르는 척 살아가는 거다.

바보 애인아. 아무 상관없는 그런 관계에선 우리에게

결코 이별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너는 나의 애인이다. 백치 애인이다.

아, 영원한 나의 애인.

개추
|
추천
0
반대 0
신고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30일 이상 지난 게시물,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츄잉은 가입시 개인정보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즐겨찾기추가   [게시판운영원칙] | [숨덕모드 설정] |   게시판경험치 : 글 15 | 댓글 2
번호| | 제목 |글쓴이 |등록일 |추천 |조회
4844 시 문학  
바람결의 속삭임 - 정우경
에리리
2020-03-05 0-0 242
4843 시 문학  
탈춤 - 전덕기
사쿠야
2020-03-05 0-0 81
4842 시 문학  
하늘 푸르러 - 전덕기
사쿠야
2020-03-05 0-0 81
4841 시 문학  
효는 관심 - 전덕기
사쿠야
2020-03-05 0-0 93
4840 시 문학  
바다는 지금 - 김정희
에리리
2020-03-05 0-0 68
4839 시 문학  
발왕산에 가보셨나요 - 고두현
에리리
2020-03-05 0-0 103
4838 시 문학  
봄 - 이성부
크리스
2020-03-05 0-0 727
4837 시 문학  
비가 내리면 보고 싶은 사람 - 변종윤
순백의별
2020-03-05 0-0 81
4836 시 문학  
요양병원 - 변종윤
순백의별
2020-03-05 0-0 82
4835 시 문학  
봄 편지 - 김용택
크리스
2020-03-05 0-0 113
4834 시 문학  
어머니 - 변종윤
순백의별
2020-03-05 0-0 80
4833 시 문학  
봄날 - 여상현
크리스
2020-03-05 0-0 123
4832 시 문학  
나태주 풀꽃
타이가
2020-03-05 0-0 240
4831 시 문학  
나태주 이 봄날에
타이가
2020-03-05 0-0 139
4830 시 문학  
나태주 내가 너를
타이가
2020-03-05 0-0 233
4829 시 문학  
밤기차 - 이상희
에리리
2020-03-06 0-0 88
4828 시 문학  
무제 - 변종윤
순백의별
2020-03-06 0-0 79
4827 시 문학  
흔적(痕迹) - 전덕기
사쿠야
2020-03-06 0-0 86
4826 시 문학  
배꽃 - 곽재구
에리리
2020-03-06 0-0 95
4825 시 문학  
가을의 기도 - 김현승
사쿠야
2020-03-06 0-0 142
4824 시 문학  
고독 - 변종윤
순백의별
2020-03-06 0-0 93
4823 시 문학  
견고한 고독 - 김현승
사쿠야
2020-03-06 0-0 90
4822 시 문학  
인생이란 - 변종윤
순백의별
2020-03-06 0-0 85
시 문학  
백치 애인 - 신달자
에리리
2020-03-06 0-0 115
4820 시 문학  
봄날 간다 - 김명인
크리스
2020-03-06 0-0 120
      
<<
<
221
222
223
224
225
226
227
228
229
230
>
>>
enFree
공지&이벤트 | 접속문제 | 건의사항 | 로고신청 | 이미지신고 | 작품건의 | 캐릭건의 | 기타디비 | 게시판신청 | 클론신고 | 정지/패널티문의 | HELIX
Copyright CHUING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huinghelp@gmail.com | 개인정보취급방침 | 게시물삭제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