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영(鄭椀英) - 설화조(說話調)
설화조(說話調)
내 만약 한 천년 전
그 세상에 태어났다면
뉘 모를 이 좋은 가을 날
너 하나를 훔쳐 업고
깊은 산 첩첩한 골로
짐승처럼 숨을 걸 그랬다.
구름도 단풍에 닿아
화닥 화닥 불타는 산을
너는 널 업고 올라
묏돝처럼 숨이 달고
너는 또 내 품에 안겨
달처럼 잠들걸 그랬다.
나는 범 쫓는 장한(壯漢)
횃불 들고 산을 건너고
너는 온유(溫柔)한 여신(女神)
일월(日月)에나 기름 부며
한 백년 꿈을 누리어
청산(靑山)에나 살 걸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