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체시대(胴體時代) - 김현승
우리는 짧아졌다.
우리는 통나무가 되었다.
우리는 배와 배꼽 아래께서
한여름의 생선처럼
토막 나버렸다.
배는 먹고 또 씨앗을 보존하면서
우리는 마른 통나무로
쌓여 가고 있다.
넝쿨 장미가 그 가슴에서 순 돋아
아름다운 어깨 위로 저 구름에까지
자라가기는 틀렸다.
깊이 생각할 뿌리는 말라,
우리와 우리의 어린것들에게도
남아도는 유희가 없다.
우리는 지금
도끼 옆에 놓여 있다
통나무가 부르는
가장 친근한 이미지는
도끼다.
손바닥에 침 뱉는
든든한 도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