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육체(肉體) - 김현승
푸른 잉크로 시를 쓰듯
백사장의 깃은 물결에 젖었다.
여기서는 바람은 나푸킨처럼 목에 걸었다.
여기서는 발이 손보다 희고
게는 옆으로 걸었다.
멀리 이는 파도-- 바다의 쟈스민은 피었다 지고,
흑조빛 밤이 덮이면
천막이 열린 편으로
유성들은 시민과 같이 자주 지나갔다.
별들은 하나하나 천년의 모래 앞에 씻기운
천리 밖의 보석들......
바다에 와서야
바다는 물의 육체만이 아님을 알았다.
뭍으로 돌아가면
나는 다시 파도에서 배운 춤을 일깨우고,
내 꿈의 수평선을 머얼리 그어 둘 테다!
나는 이윽고 푸른 바다에 젖는 손수건이 되어
뭍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