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라춤 - 김남환
부처님, 나의 가을이 바라춤을 춥니다.
빛바랜 고깔을 쓰고 자바라 울리면서
흐르는 강물 위에서 구름 같은 춤을 춥니다.
청산을 휘감고 도는 치렁한 소맷자락
파도처럼 출렁이는 장단을 타고 가면
떨리는 이승의 끝도 황홀한 신명입니다.
못다 푼 한을 풀 듯 분풀이라도 하는 듯
날개 큰 춤사위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백학白鶴이 되기 전에는 거둘 수가 없습니다.
성큼 내디디면 아수라가 꺼지고
한 바퀴 회전하면 둥근 달이 되는 춤
부처님, 나의 가을이 바라춤을 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