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방풍/김윤숙
김윤숙
이호방파제 해안도로에 편입되어 사라진
해안가 뿌리 내렸던 작달막한 갯방풍들
매립 땅 발걸음 옮길 때 울음소리 들렸다
장맛비가 산중턱 건천에서 흘러들듯
왼편 가슴께로 기울어 절로 일던 네 생각
늦은 밤 가로등 붉은빛 상처인 듯 아리다
수장을 치러낸 듯 꽝꽝 다진 시멘트 바닥
몸이 더 납작해졌을, 못 일어섰을 갯방풍
새벽녘 바다 쪽으로, 끝내 길 나설 것 같다
김윤숙 시집 『 장미연못 』,《책만드는집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