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마음을 위한 기도 - 박금숙
흔들리되
코스모스처럼만
가벼이 흔들리게 하소서
바람에 쉬 꺾이지 않고
제자리에서만 가만가만
아름답게 흔들리게 하소서
쓸쓸하되
들판의 곡식처럼만
여물어지게 하소서
식어가는 가을볕에도
움츠리지 않고
마지막 온기까지
결실을 인식하게 하소서
떠나고 싶되
울타리 안의 낙엽처럼만
멀리 가지 않게 하소서
한 잎 한 잎 흩어졌다가도
다시 울 밑에 모여들어
서로 다독일 수 있게 하소서
이 가을엔 결코
슬프거나
혼자이지 않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