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유채꽃 - 박금숙
이른 봄부터
섬마을은 유채꽃 축제가 열린다
마을 어귀부터
언덕 비탈진 곳까지
질서 정연하게 키를 맞추고
파도가 한 번 발을 구르고 나면
노란 유채꽃도
일제히 물결을 이룬다
갯바람의 비린 식성으로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떼 지어 몰려온 갈매기의 함성에
의기양양 꽃 대궁을 세우면
마늘밭 숨차게 날아온 나비가
호기를 누리는 순간이다
초유 같은 누런 젖물을 빨아
금세 꽁무니가 부르다
꽃 무덤을 파고 눌러앉은 마을은
어느새 신방이 되어있다
허리가 휘어진 돌담 아래 유채밭이
혼사를 앞둔 처녀의 몫 이란다
어느 신부의 화관이 저리 고울까
지금 섬마을은
유채꽃 축제가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