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국의 <그 사람이 그립다> 외
그 사람이 그립다
고정국
과속의 이 거리에 경운기는 당당했다
뚝심 반 우직함 반, 시속 십오 킬로미터
시퍼런 새벽정신이
도심지를 깨우던,
그립다 그 소리, 짧고 굵은 어른의 소리
돈 없고 빽 없어도 굽힐 줄을 모른다던
"트르렁, 텅텅텅텅텅!"
그 사람이 그립다.
도두봉 박새소리
박새소리 만으로도 겨울의 깊이를 안다
요 며칠 입 다물고 해풍 한풍을 버텨오던
도두봉 솔방울들이 쩍쩍 몸을 쪼갤 때,
사람을 만나느니 차라리 산이 좋아
그 산에 숨어사는 눈빛 선한 박새가 좋아
한 겨울 죽비소리가 산에 쩍쩍 퍼지는
일자무식 텃새라도 목소리는 또렷했다
입 "쩍쩍!" 꼬리 "쩍쩍!" 시인 모두 떠난 세상
며칠 째 대쪽을 쪼개는 산의 소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