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의 음성 - 박얼서
끊임없는 생명의 불길
구석진 어느 한 곳 포기치 않는
번식력 강한 점령군으로
척박하게 버려진 땅
속살을 파고들며
뿌리 내리는 집념을 보라!
무익한 ‘잡초밭‘ 누명을 씌워
거친 발길로 짓밟는 말살에도
쉽사리 굴종치 않는다.
스스로 번져가면서 초원을 만들고
대지와 한 몸 이룬 입맞춤
물결쳐오는 저 들판을 보라!
히로시마 원폭으로
풀 한 포기 생존하지 못하던 날
그네들이야말로
생명회복을 알리는 첨병이 아니었던가.
다시 일어서는 불길이었다.
바람 슬쩍 불러들여
저마다의 개성으로 일렁이는
저들의 몸짓을 보아라.
그 음성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