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 박얼서
거역 못할 물줄기
억새밭 숲 길 전주천을 따라
석양이 흐른다
싸전다리 아래 모여든 노객(老客)들
백 원짜리 고스톱으로
가을을 사냥하고 있다
다 된 고도리를 뻑 하는 바람에
쫓기던 적진에게 호기를 넘겨준 셈
치고 박고 빼앗고..
앞만 보고 달려온 나날들
이젠 가야할 행선지마저 잊은 채
중독처럼 지쳐 모인 황혼녘
억새꽃 새하얀 머리칼이
노을빛 시름에 젖어 휘청거린다.
낡고 오래된 노인의 시계
팔목에 채워진 시간들
가늘고 맥없는 초침이
미끄러지듯 내리막길을 가며
화투판을 스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