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에게 - 김남조
이래도 괜찮은가
나의 시여
거뭇한 벽의 船窓(선창) 같은
벽거울의 이름
암청의 쓸쓸함, 괜찮은가
사물과 사람들
차례로 모습 비추고
거울 밑바닥에
혼령 데리고 가라앉으니
천만 근의 무게
아픈 거울 근육
견뎌내겠는가
남루한 여자 하나
그 명징의 살결 감히
어루만지며
부끄러워라 통회와 그리움
아리고 떫은 갖가지를
피와 呪言(주언)으로
제상 바쳐도
나의 시여
날마다 내 앞에 계시고
어느 훗날 최후의 그 한 사람
되어 주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