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호색 - 박얼서
이제 방금 둥지를 뛰쳐나온
당신의 체온을 감싸 안는다.
겨우내 바닥난 인내를 움켜쥐면서도
찬바람마저도 골라 줍던 당신
일어서는 욕심 다독거리며
죄다 떨쳐낸 옹골찬 의기 앞에
쉼 없이 걸러진 동맥을 가로질러
우주를 잇는 푸르른 역동
심장을 때리는 맥박 수에 맞춰
희망 찬 날갯짓 웅비하려는 보라매
당신 이름이 뭐였더라
이름도 보라 날개옷도 보라 잘 기억해두라며
'현호색'이라고 말했었지
떨리는 손에 옷자락 끌어 잡고
입맞춤 뜨겁게 포옹하던 날
먼 노래소리 고요한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