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여름 펼친 콘서트 - 박얼서
숲속에 들자 뫼의 함성이다
타악을 책임진 청설모 발자국들이
바스락 거리며 무대를 뒤흔든다
산등성을 타고 오르던 초록군(軍)들이
돌비알에 가위 눌리는 순간
잎새들이 명주바람에 가락을 싣고
일제히 합주를 시작한다
키작고 숫저운 풀잎 손들이
현의 음률을 잘게 찢어놓으면 관악기는
다보록하게 흥을 쌓기 시작한다
얼비친 계곡물 졸음 든 한낮
이산 저산 흥겨운 메아리
오케스트라 경쾌한 선율에 발 담근 채
지그시 두 눈을 내리 감는다
세월에 부대껴온 성장통의 신음도
설움 한 바탕 토해낸 빗방울 소음마저도
까다롭다는 지휘봉 저 끝머리에선
꿈꾸는 새싹들의 배움터일 뿐이다
만고풍상 고령의 느티나무라도
지휘봉 몸짓 저 한 마디에
맥없는 잔 기침이라도 내뱉어야 할 판
임시 거처로 머무르던 홀씨가
외따로운 길을 나서며
날갯짓 화음으로 신세를 갚는다
어린 시절을 기억해낸 노송 하모니카가
콘트라베이스 전나무 맨 끝 뒷자리를 비집으며
저음 속으로 넌지시 끼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