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부르스 - 박얼서
그린공원에 갔습니다
가을 깊어 추풍낙엽들 쌓여갑니다
단풍나무 군락지 여기저기엔
은퇴한 발자국들 수북합니다
떨리는 입술 부딪쳐가며
젊음을 회억하는 뿌리 끝으로
막걸리가 목마름을 덜어냅니다
고리 빛 잃어버린 종이컵
술잔 서로 주고 받을 때마다
목울대 미련 없이 넘길 때마다
회한을 삼킵니다
초로를 마십니다
내달려온 지난 삶의 영욕들이
부질없는 과욕이었음을
석양녘 다 저물어가는 이때
나의 가을날을 관조해봅니다
노을로 뿌려지는 에너지가
내일 다시 기약하고 있습니다
황혼녘 곱게 물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