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등걸에 앉아서 - 신석정
요요한
산이로다.
겹겹이 쌓인 풀 길 없는 우리 가슴같이
깊은 산이로다.
아아라한 오월 하늘 짙푸른 속에
종달새
종달새
종달새는 미치게 울고
산은
첩첩
청대숲보다 더 밋밋하고 무성한데
아기자기한 우리 두 가슴엔
오늘사 태양 따라 환히 트인 길이 있어
이 나무 등걸에 널 껴안은 채
이토록 즐거운 눈물이 자꾸만 쏟아지는 것은
진정 죽고 싶도록 살고 싶은
사랑보다도 뜨겁고 더 존엄한 꽃이
가슴 깊이 피어난 까닭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