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 박두진
그때 처음 열리던 하늘의 응결된
푸른 정기 처음 숲의 초록 바람
처음 바다 처음 강의 파도 소리 여울 소리
네게서 들린다.
그때 처음 태양의 금빛 촉감
처음 타오르던 지열
처음 만발한 꽃들의 향기,
처음 울음 울던 맹수들의 포효
처음 지저귀던 새소리 네게서 들린다.
그때 처음 헤엄치던 물고기의 비늘무늬
처음 걸리던 하늘의 무지개
처음 밤의 별빛 달빛, 그때
처음 사람들의 입맞춤의 첫대임
첫번째 황홀의 울음 울던 부끄러움
처음 타오르던 노을빛 네게서 어린다.
그때 처음 사람들의 첫 낱말
처음의 오해 처음의 노여움
처음 사람의 첫 증오 피흘림
처음 만나는 죽음의 두려움과 서러움
네게서 보인다.
너는 지금 나의 창가 오월
바람이 뜰의 그 신록의 잎새 사이 먼
천산 산맥의 청청한 햇살에 젖어
불어와 서성대는 책상에
그러나 의젓이 그러나 잠잠하게 볕살 속에 앉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