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개인 날 오후 - 목필균
오랜 장맛비 끝에 뜨거운 햇살
갈라진 물길 미처 거두지 못할 때
모여든 아이들은 길을 내며
집짓기 놀이를 하고 있다
질퍽해진 흙으로
작은 집을 짓기도 하고
오밀조밀 꽃밭도 만들며
그렇게 평화를 짓고 있다
작살로 꽂히던 거친 비가
여린 토질을 침식하며
흙탕물로 평안을 휩쓸어낼 때에도
부모 한 숨 쯤은 몰라도 좋을 나이들
그들이 자라서
거친 세파에도 누덕누덕 이어가던
어버이 삶의 언저리에 기대어
평안을 뿌리내리고 있다
소나기 개인 날 오후에
옹기종기 모여서
소꿉놀이 하는 아이들처럼
*** 고순희 화백의 <비 갠 오후> 그림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