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나무 - 유치환
겨우 소한을 넘어선 뜰에 내려
매화나무 가지 아래 서서 보니
치운 공중에 가만히 뻗고 있는
그 가녀린 가지마다에
어느새 어린 꽃봉들이 수없이 생겨 있다
밤이며는 내가 새벽마다 일어 앉아
싸늘한 책장을 손끝으로 넘기며 느끼는
엊저녁 그 모색 속 한천 아래 까무러치듯
외로이도 얼어붙던 먼 산산들!
그러면서도 무엔지
아련하고도 따뜻이 마음 뜸 돌던 느낌을
이 가지들도 느껴 왔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표연히 집을 나서
어디고 먼 바닷가에나 가서
그 바다의 양양함을 바라보고
홀로의 생각에 젖었다 오?음!
이런 수럿한 심정도 어쩌면
저 가지들을 바라보고 있을 적에
내가 느껴 배운 것인지도 모른다
매운 바람결이 몰려 닿을 적마다
어린 꽃봉들을 머금은 가녀린 가지는
외로움에 스스로 다쳐서는 안 된다! 고
살래살래 타일르듯 흔들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