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에게 - 유치환
영원을 나는 믿지 않는다.
그것은 정수리 위에 도사려
내가 목숨을 목숨함에는
솔개에게 모자보다 무연(無緣)한 것.
이 날 짐짓
나를 붙들어 놓지 않는 것은
살아 있으므로 살아야 되는 무가내한 설정에
비바람에 보듬긴 나무.
햇빛에 잎새같은 열망.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그 짧은 인생의 사무치는 뜨거움에
차라리 나는 가두 경세가(經世家).
마침내 부유의 목숨대로
보라빛 한 모금 다비되어
영원의 희멀건 상판을 기어 사라질 날이
얼마나 시원한 소진이랴.
그러기에 시인이여
오늘 아픈 인생과는 아예 무관한 너는
예술과 더불어 곰곰히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