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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에게 - 유치환
사쿠야 | L:97/A:61
1,149/6,210
LV310 | Exp.18%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112 | 작성일 2020-08-01 00: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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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에게 - 유치환

 

영원을 나는 믿지 않는다.

그것은 정수리 위에 도사려

내가 목숨을 목숨함에는

솔개에게 모자보다 무연(無緣)한 것.

 

이 날 짐짓

나를 붙들어 놓지 않는 것은

살아 있으므로 살아야 되는 무가내한 설정에

비바람에 보듬긴 나무.

햇빛에 잎새같은 열망.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그 짧은 인생의 사무치는 뜨거움에

차라리 나는 가두 경세가(經世家).

 

마침내 부유의 목숨대로

보라빛 한 모금 다비되어

영원의 희멀건 상판을 기어 사라질 날이

얼마나 시원한 소진이랴.

 

그러기에 시인이여

오늘 아픈 인생과는 아예 무관한 너는

예술과 더불어 곰곰히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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