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의 집 - 정희성
이 집 주인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문을 낮게 낸 것일까
무심코 열고 들어서다
이마받이하고 눈물이 핑 돌다
낮게 더 낮게
키를 낮춰 변기에 앉으니
수평선이 눈썹에 와 걸린다
한때 김명수 시인이 내려와 산 적이 있다는
포항 바닷가 해돋이 마을
물이 들면 언제고 떠나갈
한 척의 배 같은
하얀 집
내가 처음 이 바다 앞에 섰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눈썹에 걸린 수평선이
출렁거릴 따름이었다
이 집 주인은 무슨 생각으로
여기다 창을 낸 것일까
머물다 기약 없이 가야 할 자들이
엉덩이 까고 몸 낮춰 앉아
진득이 세상을 내다보게 함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