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다 / 김상규
제주바다
김상규
깨진 채로 두세요, 누구나 알아차리게
뒤에 오는 철부진 내력 따윈 모른답니다
바람이 덧댄 문에서 비명 지른 이유도
바다는 유리 조각, 수없이 베었지요
맨발로 절뚝이며 여까지 도망칠 때도
몇몇은 상처를 보고 내 본향을 알았지요
힘겹게 건넜으나 한 번도 넘지 못한 곳
매일 밤 날 죽이며 나를 숨겨 놓았지만
유성은 삭풍 지난 조류에 더 밝게 비치던걸요
<좋은 시조 2020 여름호1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