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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뽑기
흩날려라 | L:25/A:374
15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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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1-0 | 조회 497 | 작성일 2013-07-17 08: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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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뽑기

수현은 그날도 친구인 진우와함께 거하게 술에 취해 어둠속을 배회하고 있었다. 시덥잖은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걷던 둘은 우연히 허름한 골목길에
자리잡고있는 뽑기기계를 지나치고 있었다.


친구인 진우는 가던길을 멈추고 그 기계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왜그래 무슨일이야?] 라며 수현이 묻자 진우는 [저거 한번 해보자.]는 것이었다.
기계는 여느 평범한 뽑기 기계처럼 집게를 이용해 상품을 뽑아내는 식이었는데 진우의 말에 수현은 [또 도졌구나.] 하고 혀를 찼다.


진우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뽑기에 유독 집착을 보였다. 적은 돈을 넣고 괜찮은 상품을 뽑았을때의 그 쾌감이 좋다고 했다. 나도 몇번 해보긴 했으나 어김없이
허공만 가르던 탓에 특별히 흥미를 갖진 못했다. 어차피 되지도 않을거 왜하냐는 식이었다. 그러나 녀석은 달랐다. 얼마가 됐든간에 그 상품을 뽑을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못했고
결국 지금껏 한번의 실패도없이 자신이 찍은 상품은 무조건 뽑아내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지금 역시 녀석의 그런 병적인 집착이 발동된 순간이었다.


그러나 왠지모르게 난 불길한 생각에 휩싸였다. 어차피 말려봤자 포기하지 않을 녀석이기에 난 녀석과 함께 기계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난 내 눈을 의심했다. 허름한 겉모습과는 달리 기계안에 있는 상품들은 그야말로 호화스러웠는데 그중에서도 10만원을 웃도는 휴대용 게임기인 '8 D S'는 뽑기에 관심없던
나조차도 설레게했다. 녀석도 역시 '8 D S'dp 꽃힌듯 돈을 넣고 집게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딱 봐도 낡아빠진 집게하나로 저것을 집어올리는건 무리수라고밖엔
생각되지 않았고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녀석이 2만원을 넣는동안 수없이 많은 허탕만을 맛봐야 했다.


[아 시발 존나 안잡히네! 이거 사기아니야?!] 라는 욕설이 녀석의 입에서 나온것은 지갑에있던 9만원을 전부 꼴아박은 후였다. 지금껏 내가 아는 녀석은 만원을 넘기전에
대부분 뽑아냈었다. 녀석은 언제나 [난 될것같지 않은건 건드리지 않아.]라고 밥먹듯이 말했던 탓에 이번에도 왠지모르게 녀석은 뽑을것만 같았다.
결국 12만원까지 날려버린 후에야 녀석은 [아 존나 짜증나, 내일 다시온다. 내가 진짜 저거 뽑고만다.]라는 말을 끝으로 발길을 돌렸다. 나역시 녀석의 날린돈이 아까웠지만
그렇다고 내돈을 빌려줄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번만큼은 정말 녀석이라도 안되는구나 싶었다. 그렇게 난 녀석과 헤어져 집으로 향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녀석에게서 문자한통이 왔다. [야 나시발 뽑기 다신안해.] 라는 말에 [왜?] 라고 묻자 녀석은 일주일 내내 그 기계를 찾아가 돈을 쑤셔박았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뽑기 기계가 그렇듯 관리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라 녀석은 기계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서 따지려고 했다고 했다. 그러나 없는 번호라고 나온다는 것이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결국 포기해버린 녀석이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한편으론 관리인은 대체 왜 없는 번호를 붙여놓은걸까? 의구심이 일었지만 금새 잊혀졌다.


그러던 어느날 난 우연히 아르바이트가 늦게 끝나 지하철 막차를 놓쳤고 하는수없이 택시를 잡으려 걸어가던중 그 뽑기기계앞을 지나게 되었다.
여전히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의 낡은 기계가 어둠속에서 유난히 돋보였다. 무심코 안을 들여다보자 아직까지도 '8 D S' 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왠지모르게
뽑힐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심심하기도 했겠다. 딱 한판만 하기로한 난 주머니에서 천원짜리 한장을 투입구에 집어넣었다.


집게를 이리저리 움직여 이정도면 되겠다 싶었을때 하강 버튼을 꾹 눌렀다. 기계특유의 삐링삐링 소리가 흘러나오며 집게가 천천히 내려가 '8 D S' 를 움켜쥐었다.
[어차피 올라갈때 떨어지겠지]란 생각으로 몸을 돌리려던 그때 믿지못할일이 벌어졌다. 집게는 너무나 쉽게 '8 D S' 를 들어올리더니 상품투입구까지 이동하는데 성공했다.


'쿵'


그리고 떨어지는 '8 D S'. 난 떨리는 심장을 뒤로한채 투입구에서 '8 D S'를 꺼내 쥐었다. 혹시나 빈박스가 아닐까 의심했지만 상자는 묵직하게 밀봉되있는 새 상품 그대로였다.
이게 왠 횡재냐 싶어 난 자랑도 할겸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나이거 천원에 뽑았어!] 라며 웃자 녀석은 [시발 말도안돼. 그거 나줘 제발 흑흑] 이러는 것이었다.
하긴 거의 30만원 가량을 넣고도 못뽑았던 녀석인데 내가 너무 이기적인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난 [알았다.]고 했고 다음날 녀석을 만나 '8 D S'를 건내주었다.


그렇게 녀석에게 상품을 건낸지 일주일쯤 지난 어느날이었다. 난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듣게 되었다. 그건 진우녀석이 자살했다는 것이었다. 난 녀석의 집으로 향했고 녀석의 부모님에게서
더욱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들었다. 그건 녀석이 자살하기 몇일전부터 이상한 소리를 중얼거렸다는 것이다. 한밤중에 [아냐! 저리가!] 라는둥 [너같은거 필요 없어!] 라는둥 알수없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이상하게 생각한 부모님은 몰래 녀석의 방문을 열어봤다고 한다. 그리고 부모님은 그자리에서 얼어버렸다고 했다. 그건 왠 알수없는 긴머리의 여성이
자신의 목을 칼로 계속 찌르면서 [너는 내가 바란 주인이 아니야!] 라고 소리를 질렀다는것이었다. 진우는 이미 반쯤 눈이 까뒤집히며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고 점점 그 정체모를
여자가 녀석에게 다가왔다고 했다. 너무놀란 부모님이었지만 그래도 아들을 살리는것이 더 중요했기에 방문을 열어제끼며 뛰어들어갔다고 했다. 그러나 그 여인은 홀연히 사라지고
그자리에 왠 휴대용 게임기가 있었다는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진우가 죽은뒤에 아무리 찾아보려 해도 그 게임기가 보이지 않아 이상하다고 덧붙였다.


난 충격에 휩싸인채 [죄송하다]는 말만 남기고 녀석의 집을 뛰쳐나왔다. 어느덧 밤은 깊어 거리가 온통 어둠에 삼켜져 있었다. 내가 그걸 녀석에게 주지만 않았다면 진우는 죽지
않았을까? 진우녀석이 그렇게 뽑고자 할때는 안뽑히던게 내가 하자 단돈 천원에 뽑혔을때부터 이상하다 생각했어야 했다. 어쩌면 내가 죽었어야 하는걸 진우가 대신 짊어진게 아닐까.
난 미친듯한 죄책감에 거리를 방황하고 또 방황했다.


'솨아아아아'


어느샌가 비까지 몰아치기 시작했다. 거센 빗방울에 정신을 가까스로 차린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둠에 삼켜진 좁은 골목길. 그 한편에 유난히 눈부시는 낡은 뽑기 기계.
모든일이 시작된 그곳이었다. 난 터덜 터덜 기계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 안에 떡하지 자리잡고있는 '8 D S' 를 볼수있었다. 순간 녀석의 어머니의 말이 뇌리를 스쳤다.


[진우가 죽고난뒤엔 아무리 찾아봐도 그 게임기가 보이지 않아!]


등에선 식은땀이 나고 온몸이 으슬으슬 춥게 느껴졌다. 관리인의 전화번호가 없는번호라면 아마 번호를 바꾸고 정신이없어서 기계에 써붙이지 못한거겠지. 그리고 관리인이
분명 새로 들여놓은 다른 '8 D S' 일거야. 그러니 진우에게 줬던 그것과는 별개의 일이라고 난 애써 자위했다.


그러나 난 그자리에서 한발짝도 움직일수 없었다.


기계속 '8 D S' 의 상자 앞면엔 검붉은 글씨로 [이 번 엔 네 차 례 야 . . .] 라고 적혀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결국 보고야 말았다. 기계 유리창에 비친 피투성이의 으깨진 진우의 머리와 그 뒤로 정체를 알수없는 소름끼치는 여인의 얼굴이





내 뒤로 점차 다가오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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