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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복도
흩날려라 | L:27/A:501
20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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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513 | 작성일 2013-07-18 00: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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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복도

회사이전으로 인해 어쩔수 없이 지방으로 내려와 자취를 하게되었다
조금 낡아 보이긴 하지만 제법 괜찮은 아파트를 저렴한 돈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시골이라 기대했던거와는 달리 이웃집과의 소통은 도시와 같이 전혀 없었다
시골이라 다 인심이 좋고 그런건 아닌가보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나름 이삿떡도 돌리곤했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는 집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마저도 중도에 포기하였으니 말이다

지어진지 오래된 아파트라 홀수층 엘레베이터와 짝수층 엘레베이터가 나눠져 있는걸 제외하면
평범한 복도식 아파트라 살기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사실 낮에는 회사에 짱박혀 있고 퇴근해서 집에 오면 이미 자정이 되버리기에 그저 씻고 자는게 다였기 때문이다
물론 주말에는 출근을 안하는 관계로 집에 있을 경우도 있긴했지만
이사 온지 얼마안되고 또한 이 동네의 지리도 알겸 귀찮음을 무릅쓰고 나가서 이곳저곳 구경다녀 집에 있는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퇴근후 집으로 와 씻고나니 피로함이 풀린듯 곧 몸이 나른나른해졌다
쓰러지듯 쇼파에 들어눕고는 습관적으로 티비를 키고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거실의 창문을 열어놔서 그런지 찬바람에 눈을 뜨고는 나지막하게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지지직거리는 티비를 끄고 단잠을 깨운 바람에 대한 화풀이를 창문을 향해 표출하는듯 거칠게 닫았다

나는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한손으론 배를 긁적이면서 방으로 향했다
침대에 몸을 맡기는듯 들어눕는 순간 귀에 들려오는 거슬리는 소리가 잠을 깨웠다
웃음소리라고 하기엔 뭔가 서글프고 울음소리라고 하기엔 뭔가 기뻐보이는 듯한 괴상한소리였다
이 밤중에 뭔 소란이야 라고 생각하고 베개로 귀를 막고 잠을 청했다
저 소리에 신경쓸만큼 나는 호기심이 많지도 않았고 당장 피곤함을 이기기 힘든 연유에서였다
물론 다음날은 어제 일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서둘러 출근하기 바빴으니말이다

이제 이전한 회사에 어느정도 적응이 되었을무렵 업무연장이자 전혀 달갑지않는 부서 회식자리가 열렸다
평소에 술을 즐기지 않는 나로썬 고역스러운 자리였다
과장님의 말같지도 않는 농담에 억지로 웃고 부장님비위 맞추느라 술이 코로 들어가지는도 구별이 안되었다
4차를 부르짖는 이미 떡이된 사람들을 뒤로한채 구역질을 참으며 겨우겨우 집으로 향하였다
아파트를 들어서고 11층인 우리집에 가기위해 홀수층 엘레베이터버튼 눌렀다

평소에 누르면 버튼에서 불이들어왔는데 그날따라 엘레베이터가 고장이라도 났는지 버튼에서 불도 들어오지않았고
엘레베이터또한 전혀 미동하지 않았다

" 꺼억 아 뭐야 "

비틀걸리며 옆 짝수층 엘레베이터 버튼을 연신 눌렀다
12층에 내려서 한층만 걸어내려갈 심산이였다
술에 취해도 집은 꼭 찾아가는 내 주사가 발휘된 까닭이였다

곧 엘레베이터가 도착하고 주머니에 손을 꽂은채 몸은 비틀거리지만 연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엘레베이터속 거울을 바라보았다
잠시뒤 딩동이란 청량한 소리와 함께 엘레베이터 문이 열렸고 나는 여태 참고 있던 오바이트를 거침없이 복도에 쏟았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지독한 악취가 코를 찔렀기 때문이다
똥오줌 냄새에 피비린내를 포함한 세상에서 한번도 맡아본적 없는 끔찍한 악취였다
얼마나 토해냈을까 오늘 먹은 내용물을 모두 확인할만큼 뱉어냈지만 쉽사리 구역질은 멈추지 않았다

흐..흐흣...히힉...흐힛

토사물을 뱉어내는 소리사이로 괴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쳐다봤고 복도끝 어둠속에서 희꾸무리한 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흐흐흑...히..히히 으히힉 흐흑

' 뭐야..뭐지? '

허연물체는 점차 내게 한걸음 한걸음 다가왔다
눈에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다가섰을때 그것이 사람인것을 알 수있었다
그것도 한명이 아닌 두명,
한명은 나이가 있어보이는 여자였고 그 여자 손을 잡고 있는것은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였다
괴이한 울음소리를 내는 사람은 여자였고 어린아이는 그저 고개를 푹숙이고 엄마를 따라 느릿하게 걸었다

이 늦은시간에 볼법한 흔한 광경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든 여인은 눈이 빨갛게 충혈된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입은 웃고 있어 더욱 괴이한 모습을 자아냈다
그들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악취는 더욱 심하게 짙어져 갔다
다시금 구역질이 올라왔다 몸의 반응을 못이기고 위액까지 토해내다 멈춘 울음소리에 의아함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내 눈을 의심해야할 수 밖에 없었다
나이든 여인이 자신의 아이를 복도 넘어로 떨어뜨린 것이였다

순간 놀란 마음에 여인에게 달려갔지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 거리가 좁혀지질 않았다
술에 취한것도 한몫했겠지만 제자리걸음 하는듯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여인은 떨어진 아이를 확인하는지 고개를 내밀어 땅을 쳐다보고는 자신의 몸 또한 복도밖으로 넘겼다
머릿속에서 무언가 얻어맞은듯했다
여태 살아오면 처음으로 본 자살광경이라고 해야되나 살인광경이라고 해야되나 머릿속이 까맣게 변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내밀어 떨어진 그들을 확인했다
다행히 아래에 가로등이 있어 바닥이 보이긴 했지만 그들이 떨어졌던 아스팔트에는 아무런 흔적이 남아있지 않았다

' 뭐지 무슨일이 일어난거지? 술김에 환각이라도 본건가 '

아무리 눈씻고 찾아봐도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또한 그렇게 지독했던 악취도 더이상 나지 않았다
귀신에 홀린것일까 멍하니 계단을 내려와 집으로 들어왔을때도 나는 아까의 생생한 기억을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눈을 떴을때는 이미 정오였다
다행히 주말이라 출근은 하지않아도 되지만 돌연듯 어제 일이 떠올라 씻지도 않고 그대로 집을 박차고 나왔다
확인할 생각이였다 대체 어제 내가 본것이 무엇인지
미친듯이 계단을 뛰어올라가 다다른 12층 복도는 엘레베이터 앞에 싸질러놓은 내 오바이트 흔적이 어제의 일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거 외에는 아무런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혹시몰라 1층으로 내려와 어제 그들이 떨어진 곳에 가보았지만 역시나 피한방울 발견할 수 없었다

나는 결국 마지막 수단으로 관리실을 찾아갔고 십년이 넘게 여기서 일했다는 경비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처음에는 모르는 척 얘기하는데 망설였지만 내 이야기를 듣고 난뒤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에게서 들은 내용은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12층에는 단란한 가족이 살았지만 어린 아들이 불치병에 걸려 대변과 소변을 가리지 못했다고 했다
그 일로 엄마는 직장도 관두고 내내 아들 병수발을 들었지만 아들은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외근과 출장이 잦은 아빠는 아들과 아내의 곁을 지켜주지 못했고 고등학생인 딸은 점차 빗나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매일 집에 틀어박혀 아들과 있는 엄마는 점차 우울증에 시달렸고 동네에도 소문날만큼 악화되었다고 한다
밤마다 웃는지 우는지 모를 흐느끼다 어느날 대낮에 아들을 밀어죽이고 그 위로 자신도 뛰어내렸다는 것이다
그 두사람은 즉사하였고 이후로 아빠와 딸은 이사를 갔지만 이후로 아파트에서 나와 같은 것은 봤다는 사람이 늘었다고 했다
비록 이 이야기를 듣고 찝찝함에 바로 이사를 하긴 했지만 그때 그 아저씨의 이야기 중 납득이 되지 않는게 있다

왜 나는 다른곳으로 이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저 문밖에서 나는 소리는 어떻게 해석해야되는걸까

흐...흐흣..히히힉..흐흑..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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