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있었던 일
이번에 갑작스레 글을 쓰게 된 경위는 설날에 겪은 실화 덕분이에요.
왜들 그런 말 많이 들어본 적 있지 않나요?
무서운 얘기를 하면 주변에 귀신이 많이 모인다라고.
정말로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 그것이 실화이든 거짓말이든 자신도 모르게 오싹해지는 걸 느끼곤 합니다.
저는 여태껏 그런 이야기는 미신으로 치부하고 안 믿었는데요. 이번 설날을 계기로 확실히 믿게 되었어요.
제 사촌 동생들은 모두 저랑 두세넷 차이가 나는데.. 그 애들이 워낙에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해서 설날 바로 전 날, 오랜만에 만난 사촌 동생들과 방에서 한참 그동안 이야기를 하며 재미있게 웃고 떠들고 있었죠.
이번 설에 사촌들을 아주 오랜만에 보게 되었거든요. 한 4년만인가?
그러다가 동생들이 오랜만에 제 얘기가 듣고 싶다고 해서 무서운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동생들도 모두 중3, 중2 아니면 고1 되는 아이들인데 유치하게 그런 이야기가 듣고 싶다고 하더군요;;
-참고로 저희 할아버지 집은 시골에 있는 한옥입니다. 그.. 한지로 만든 문이 있고 뒷간은 빠지면 큰일나는 뒷간으로 되있는 정말 시골 집...-
저는 어디에서 들은 무서운 이야기를 제 맘대로 살을 붙여가면서 말하기도 하고.. 아무튼 지어내서 무서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한 두 시간 한참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오싹하게 돋은 닭살을 보며 웃다가 그 방에서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물론 남자여자 따로요.
한참 잘 자고 있을 때, 마당에서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그래서 무슨 소리지 하고 고개를 들려고 했는데 말 그대로 가위에 눌린 겁니다.
정말 꼼짝도 못 하겠더라구요. 가위를 마지막으로 눌린게 이년 전이었는데.. 당황스럽기도 하고 또 많이 겪어 본 일이라 침착하게 대응했습니다. 우선 못 움직여도 안 죽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조심스레 주변을 살폈죠.
제 옆에 바로 두 살 어린 동생이 자고 있었는데 눈을 돌려서 바라보니 그 동생도 마찬가지로 저와 같이 가위를 눌린 듯 눈만 껌뻑이며 저를 바라보고 있더군요.
아마도 다른 사람과 같이 가위를 눌린 건 예전 이상한 친구네 집에서 이후로 처음이었습니다.
그렇게 한참 친척 동생과 서로 눈을 마주보고 있었는데 마당에서 사각거리던 소리가 멈추고,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더라구요.
방 앞까지 그 발자국 소리가 이어지는데 마지막에 친척 동생의 눈이 커지면서 저한테 계속 뒤를 보라는 듯이 눈짓을 하더라구요.
그 때 자세가 저는 문이 있는 반대편을 바라보고 있었고 내 옆의 동생이 문이 있는 쪽을 보고 있었습니다.
즉 서로 다른 방향으로 옆으로 돌아 누워서 잤다는 말이죠.
저는 어떻게 해도 뒤를 볼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해서 그냥 눈을 껌뻑이며 친척 동생만 계속 바라보았죠.
그렇게 한참 있다가 그 발자국 소리가 멈추고 나서 차츰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주 소곤 거리는 말이었는데 아마 대화 내용이 "누구네가 어디 집에 갔었는데 초상이 나서 설 명절은 다 보냈다" 그런 소리더군요.
물론 그 대화 소리는 제 뒤에서 들렸습니다. 즉 귀신들 대화란 말이죠.
그때 친척 동생이 눈물을 흘리면서 그냥 눈을 감더군요.
저는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서 그냥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때 무섭긴 되게 무서웠어요. 아무 것도 모르겠는데 동생은 말도 못하고 그냥 눈을 감아버리고..
그러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도 안 들렸는데 찬바람이 등 뒤로 불더라구요.
그렇게 추워서 한참 오들오들 떨고 있을 때, 등 뒤에 그 귀신들이 말했어요.
"여긴 누구네 집이지?"
"거짓말쟁이 집."
그 때, 저는 직감적으로 그 거짓말쟁이가 저를 뜻하는 건줄 알고 숨을 죽이고 그냥 눈을 감았습니다.
정말 등 뒤로 땀이 흥건히 흐르는데 몸은 안 움직여지고 동생은 그대로 기절했는지 어쨌는지 눈도 안 뜨고.. 답답해 미칠 지경으로 듣는데만 신경을 쓰고 있는데.
귀신의 그 다음 말을 듣고는 저도 그냥 기절해버렸어요.
바로 제 귀 옆에다 대고 이렇게 말하더군요.
"거짓말쟁이는 죽어야 돼."
바로 설날 당일 날.. 저는 이제껏 제사를 안 따라가서 다들 제 늦잠을 깨우지 않았습니다.
제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시계가 아홉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제 옆에서 잠자던 동생은 제사를 따라나가서 보이지 않았죠.
그렇게 부스스한 몰골로 부엌에 찾아가니 설날 아침에 왔는지 친척 누나가 향수 냄새를 펄펄 풍기면서 아침 줄까? 하고 묻더군요. -참고로 그 친척 누나는 예쁩니다. 무지! 올해 스물 여섯이라는.
제가 됐다고 대답하고 부엌을 나서니까 제 친동생(여동생) 이 저한테 와서 자꾸 캐묻더라구요.
왜 아침에 그렇게 땀을 흘렸냐고. 그리고 방문을 활짝 열어놔서 친척들이 모두 화를 냈다고 말해주더군요.
물론 그 방문을 연 건 제가 아니었겠죠. 게다가 제가 누워있었던 위치가 문 조금 앞이었습니다. 제가 가장 문쪽에 근접하게 있었으니 밤바람도 가장 많이 맞았을텐데 땀을 자꾸 흘리면서 잠을 자니 할머니가 걱정하셨다고 동생이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제사 끝나고 그 친척 동생이 돌아와서 외갓집에 가기 전에 해주었던 말이 그 때 눈을 감기 전에 본게 여자 둘이었는데 그 중에 한 명이 자기가 아는 사람이었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그게 누구였냐고 물으니까, 나는 잘 모르지만 예전에 그 마을 다리 공사 중에 아래에 깔려서 죽은 여자가 있었나 봅니다.. 그 때 제 동생이 그 여자와 친하게 지냈는데.. 나잇대는 아마 제 친척 동생과 비슷했나 봐요..
그 여자 아이를 보고는 그만 기절했었답니다. 울면서 말이죠.
그렇게 제 친척 동생은 몸을 몇번 부르르 떨더니 그만 얘기하자고 하면서 바로 자기네 외갓집으로 가버렸습니다.
저도 그 친척 동생이 간 뒤로 바로 아버지한테 빨리 좀 가자고 보채서 무사귀환 했구요..
그 거짓말쟁이라는 말이 얼마나 섬뜩했는지 어젯밤 꿈에도 한참 시달렸습니다..
하여간에 무서운 이야기 정말 너무 많이 하지마세요. 주위에서 귀신이 같이 듣고 있는거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