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도쿄구울의 파워 인플레이션에 대한 분석.
현재 도쿄구울은 나루토가 비판받기 직전과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나친 인물 소모. 파워 인플레이션이 바로 그것입니다.
인물 소모는 많은 분이 공감하지만, 파워 인플레이션은 잘 느끼지 못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에토나 아리마, 타타라 보다 강한 녀석이 있을 수도 있지 그게 파워 인플레인가'라고 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맞는 말입니다. 에토나 아리마보다 강한 존재가 있다는건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은 작중 최강자선에 존재하는 캐릭터들입니다.
파워 인플레이션은 강한 캐릭터가 나온다고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전에 작가가 설정해둔 강함의 규격을 벗어나는 존재가 나타나고, 그로 인해 작중 전개가 어색하게 될 경우에 파워 인플레이션이 됩니다.
톨킨의 실마릴리온과 만화 나루토를 예시로 들어 보겠습니다. 실마릴리온이라니, 감이 잘 안오시죠? 실마릴리온은 반지의 제왕을 포함하는, 톨킨의 세계관 전체를 다루는 방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실마릴리온에서 등장하는 흑룡 앙칼라곤은 반지전쟁 시대의 인물들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존재입니다. 애초에 반지 원정대가 만들어진 이유가 반지를 부술 정도로 강력한 존재, 이를테면 앙칼라곤 같은 존재가 모두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앙칼라곤이 있었다면 그 유명한 반지 원정대 이야기가 시작되지도 않았을 정도로 강력한 존재입니다.
앙칼라곤은 이처럼이나, 그 존재만으로도 대전쟁을 필요 없게 할 정도의 존재임에도 파워 인플레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톨킨이 설정해 놓은 세계관 속의 질서에 속해 있기 때문입니다. 톨킨의 소설은 처음부터 앙칼라곤 같은 강대한 존재를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톨킨은 앙칼라곤을 실마릴리온 세계관의 질서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멸시킬 수 있었고, 그를 통해 매끄럽게 반지의 제왕 이야기를 쓸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만화 나루토를 살펴봅시다. 나루토 연재 초기에닌자라는 존재는 만화적 과장이 있을지언정, 자객처럼 은밀함과 속임수 위주의 싸움을 벌였습니다. 수리검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닌자도구로 적을 교란하며 싸웠지요.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나루토 초기의 에피소드인 파도의 나라 에피소드입니다. 파도의 나라 에피소드에서는 적 캐릭터인 자부자와 아군 캐릭터의 스승인 카카시가 격돌합니다. 이 둘의 공방은 단순한 힘겨루기로 결정되지 않습았니다. 오히려 상대와 속고 속이는 의표 찌르기 싸움에가까웠지요. 자부자는 안개를 펼쳐 카카시의 시야를 가리고, 카카시는 분신술과 닌자 도구로 자부자를 교란합니다. 승부가 결정나는 것 또한 수 읽기였습니다. 카카시는 사륜안으로 자부자의 술법을 간파해 반격을 가하고 승리를 거둡니다. 지금에야 사기안이라고 조롱을 받는 사륜안이지만, 첫 등장부터 그렇진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화룡점정. 닌자다운 싸움의 결전병기였죠.
그러나 나루토는 나중에, 아주 나중에, 어마어마한 파워 인플레가 일어납니다. 닌자가 술법으로 운석을 불러내 수만의 사람을 한번에 쓸어버리고, 미수라는 존재를 이용해 산 하나를 지워버릴 정도의 에너지탄을 난사합니다. 덕분에 스토리의 개연성과 세계관의 질서가 크게 무너져 버립니다. 각 국가에서 날고 긴다는 상급 닌자들은 적의 손짓 한번에 수만명이 자지러지는 버러지가 되었고, 각 나라 정점의 닌자라는 호카게들은 손가락만 빨게 되었습니다. 안개로 시야를 가리고 수리검을 쓰던 초창기 전투에서 나가도 너무 나가버렸죠.
정말 문제인 것은 이런 존재들이 나루토 초창기에는 전혀설계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한 카카시는 닌자중의 강자인 상급닌자, 그 중에서도 강한 닌자입니다. 또한 나루토 초반부에 당시 연재분에서는 최강급인 닌자 둘이 싸웁니다. 범죄조직의 두목 오로치마루와, 한 나라 닌자의 정점인 호카게의 결투죠. 이 둘의 전투는 결계를 쳤다고는 하나 거대한 건물 옥상 위에서 벌어집니다. 나루토 후반부에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지도에서 사라져버릴 장소 내에서 싸운겁니다.
이렇다 보니 파워 인플레가 진행되면서 세계관의 질서가 완전히 무너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연재 초기 세계관 정점들의 싸움이, 연재 후기에는 재롱잔치가 되어버린거죠.세계관의 질서가 무너진 나루토는 결국 좋은 결말을 맺지 못합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도쿄구울 이야기를 해봅시다. 도쿄구울에서 구울의 레이트, 그리고 수사관의 등급은 수치로 정리된 세계관 내의 질서입니다. 에토가 SSS 레이트라는 것
, 아리마 키쇼가 특등이라는 것은 유일무이한 최강은 아닐지언정, 작가가 설정한 세계관의 정점에 선 자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그 정점이 너무나도 쉽게 무너졌습니다. 정점보다도 압도적으로 강한 존재들이 등장했고, 그로 인해 작가가 설정한 세계관에 혼란이 도입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작가는 세계관의 변동을 매끄럽게 설명하여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세계관의 질서의 붕괴를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도쿄구울의 이번 에피소드는 가장 설명이 부족한 에피소드라는 평을 듣습니다.
아리마 키쇼의 경우는 그래도 양호합니다. 그는 1부 2부에 걸쳐 정점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의 패배 또한, 그의 상대가 얼마나 어렵게 승리를 거두었는지 보여주기에 큰 무리는 없습니다.
그러나 요시무라 에토와 다른 특등들은 그렇지 않습니다.요시무라 에토의 경우, SSS레이트로써 단 한번도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카네키에게는 유효타 한번 내지 못하고 두 토막이 나버렸고, 후루타에게는 전투 과정조차 생략된 채로 패배합니다. 그녀가 진심이 아니었건,굶었건, 작가가 설정한 세계관의 정점으로써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특등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특등은 엄연히 인간 중의 최강자 라인입니다. 그런데 이런 이들이 나중에는 허구한날 죽어가는 엑스트라가 됩니다. 농담이 아니에요. 정말로 작중에 이름도 없이 1컷만에 죽은 엑스트라도 특등 수준의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 나옵니다.
이러니 '나중에는 SSSS레이트 나오는게 아니냐' '특특등 나오지 않겠나' '초 사이어 구울 나올까 걱정된다'는 우려도 농담이 아닙니다. 이미 작중에서 최강급이라 설정된 라인은 너무나 가볍게 무너졌습니다. 말마따라 후루타는 초 사이어 구울이고, 이 후루타를 가볍게 이기는 초 사이어 구울 2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스스로의 세계관 설정을 1회용품 취급하는 작품은 스토리 라인이 매끄럽지 못합니다. 세계관의 설정을 변경하는 작업은 매우 조심스러워야 하며, 또 독자에게 충분한 설명이 들어가야 합니다. 2부의 도쿄구울이 놓친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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