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게문학] 쿠인케 깎던 아리마
벌써 2년 전의 일이다. 내가 갓 상등이 되어 마침 쿠인게가 필요한 때였다.
보급형 쿠인케 중에선 그저 그런 것들 뿐이고, 마음에 드는 쿠인케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나온 김에 구울이나 사냥하자 생각한 참에 마침 아리마가 딱 보이는 것이 아닌가.
신기하다 싶어 자세히 보니 턱이 기다란 아리마가 무수한 시체들을 쌓아두고 서 있었다. 어지간히도 쿠인케가 좋은 아리마였나 보다.
쿠인케나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했더니,
"쿠인케 하나 가지고 어디 얼마나 쓰겠소? 정 비싸거든 CCG의 B급 쿠인케나 사가시오."
대단히 무뚝뚝한 아리마였다. 듣자하니 아리마의 심보에 화가 났지만, 쿠인케는 특성상 여러 사람들이 쓰던 것을 쓰면 좋지 않기에, 납득하기로 하고 그저 잘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만드는 것 같더니, 날이 저물도록 카네키를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나에게 사소한 버릇이나 습관등을 물으며 굼뜨기 시작하더니 이내 마냥 늑장이다. 내게 보기에는 그만 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찌르고 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찌르지 않아도 좋으니 빨리 주십시오."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죽을만큼 찔러야 살아있는 쿠인케라 할 수 있지, 무턱대고 눈 파내서야 어디 쿠인케가 되나."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직접 쓸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찌른다는 말이오? 특등, 외고집이시구먼. 지금 빨리 돌아가야 한다니까."
아리마는 퉁명스럽게
"다른데 가 사우, 난 안 팔겠소."라며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는 없고,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지금 돌아가기도 마뜩찮아, 될대로 되라 체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어디 마음대로 찔러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성격이 거칠어지고 갈구는 맛이 안 좋아진다니까. 쿠인케는 제대로 만들어야지, 만들다가 놓아버리면 쓰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나루카미를 숫제 오른손에다 들고 태연스럽게 반대쪽 눈을 찌르고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나루카미를 들고 이리저리 찔러 보더니 그제서야 팔을 잘라내고 대충 길이 다 들었다고 내 준다. 사실 세뇌는 아까부터 다 되어있던 카네키이다.
키메라 쿠인케 실험시간을 놓치고 언제 다시 예약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쿠인케를 만들어 가지고 하이세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꼴에 폼을 잡는다.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아리마다.'
생각할 수록 짜증이 났다. 문을 나오면서 뒤를 돌아보니, 아리마는 꾸벅꾸벅 잠을 자면서 옆에 있던 우산을 측은하게 잡았다. 그 잡는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홀아비 같아 보이고 길다란 턱과 어깨깡패에 내 마음은 약간 누르러졌다, 아리마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된 것이다.
카네키를 써보니 치교 박사가 굴리기 편하게 잘 만들었다고 야단이다. 기존에 있던 쿠인케 방식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치교 박사의 설명을 들어보니, 뇌가 너무 다치거나 손상이 많으면 아예 죽어버리고, 카쿠호만 때네 쓰자니 RC세포가 제대로 안정이 안된다는 것이다.
정말 재치있고, 살아있는 채인 유쾌한 쿠인케는 처음이라며 치교 박사가 살짝 웃는 것이었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몇일이 지나지 않아 하이세는 0번대에서 백단익상을 받을 만큼 활약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리마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어느 누가 남이 보지도 않는데 V14에서 몇십이나 되는 구울을 사냥할 이도 없고, 또 그것을 믿고 수사관을 파견할 사람도 없다. 옛날 사람들은 구울은 구울이요 구축은 구축이지만, 쿠인케를 만드는 그 순간만은 오직 잘드는 물건을 만든다는 생각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순수하게 심혈을 기울여 쿠인케를 만들어 냈다.
이 하이세도 그런 심정에서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아리마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올빼미를 잡는담.'하던 말은 '그런 노인이 나 같은 젊은 수사관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좋은 쿠인케가 탄생할 수 있담.'하는 말로 바뀌었다.
오늘 Qs반에 찾아갔더니 시라즈가 너트크래커를 만들고 있었다. 전에 후에구치를 하나하나 시험해가며 나키를 쳐죽이던 생각이 난다. 쿠인케 제작을 구경한 지도 참 오래다. 요새는 아리마가 나루카미 쓰는 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문득 2년 전 쿠인케 만들던 아리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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