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게문학] My top travelog - 1 기억이 없는 소년
눈을 뜨고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마치 세상의 신비를 전부 품고 있는듯한 오묘한 빛이었다.
아름답다는 감각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빨려들게 하는 그런 빛이었다.
잠깐 그 빛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의문이 들었다.
여긴 어디지?
일단 일어나자
몸을 일으키려 힘을 줬다.
"윽"
일어나려고 하니 몸이 아팠다.
생각해보면 움직이면 아픈데 굳이 움직일 필요는 없다.
그래서 그냥 누워있기로 했다.
하지만 누워있는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시간 낭비니
여기가 어딘지 생각이라도 해야겠다.
상황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여긴 어디지?
이 바닥에 물기가 느껴지는 장소가 어디인지와
내가 왜 여기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기억을 되짚어 올라갔다.
…………?
기억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기억을 되짚어 올라가면서 떠올라야 할 과거가 떠오르지 않는다.
… … 뭐지?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지?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머릿속엔 새하얀 공백뿐이다.
그러면 떠오르지 않는 것을 계속 붙잡고 있어봐야 아무 의미도 없으니 움직이기라도 하자.
일어나자.
몸을 일으키려 힘을 줬다.
"윽"
일어나려고 하니 고통이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움직이면 아픈데 굳이 움직일 필요는 없다.
그래서 그냥 누워있기로 했다.
하지만 누워있는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시간 낭비니 생각이라도 해야겠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다만 조금 전과 다른 것은
여기가 어디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생각과
시선을 돌리니 보이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이상한 생명체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런 이거 오랜만에 진귀한 손님이 오셨군요."
토끼처럼 큰 귀가 달린 이상한 생명체가 말을 걸어온다.
그리고 유지하고 있던 간격을 좁히며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번 손님은 조금 재미가 없군요. 보통 제모습을 보면 놀라거나 적의를 가지기 마련인데…. 누운 채로 미동도 하지 않는 분은 처음입니다."
이상한 생명체가 시선이 마주친 이래로 줄곧 들고 있던 아래위로 큰 구슬이 달린 이상한 봉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거 갈 곳 없는 말이 부끄러운지 제게 다시 돌아오는군요. 대답이라도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소년분?"
의도하고 무시한 건 아니지만 일단 이상한 생명체가 대답을 원하니 대답하자.
다만 움직이면 고통이 느껴지니 누운 채로 대답하자.
"안녕 토끼 귀를 가진 이상한 생명체야. 나는 움직이면 몸이 아파서 누워있는 기억이 없는 놈이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이거참 좋은 소개로군요. 그러면 좋은 소개에 대한 답례로 제 소개를 하도록 하죠.
저는 이 탑의 최하층 관리자인 헤돈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기억이 없는 소년분."
자신을 탑의 최하층 관리자인 헤돈이라 칭한 생명체는 돌리던 봉을 멈췄다.
"그나저나 누워있는 상태라면 대화하기 힘들 테니 이제 그만 일어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응 나도 불편하긴 한데 움직이면 아파. 움직이면 아픈데 움직이기는 싫잖아?
그리고 움직일 이유도 없고 말이지. 아! 아까 생겼네. 헤돈아 아까 나한테 일어나 달라고 부탁한 거야?"
"친숙하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소년분이로군요.
그렇습니다 소년분. 조금 전 제 말은 부탁으로 봐도 무방하죠. 그러면 이제 일어나시겠습니까?"
"응 헤돈아 잠시만 기다려."
일어나기 위해 힘을 줬다.
온몸을 바늘로 찌르는듯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일단 몸을 일으키는 데는 성공했다.
그리고-
일어나니 거짓말처럼 고통이 사라졌다.
"생물의 미적 판단을 담당하는 생김새는 잘 모르지만 이제 보니 잘생긴 소년분이로군요. 계속 누워계셔서 미처 몰랐습니다."
"어 진짜? 고마워. 헤돈이도 처음엔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이상하다 생각했던 귀가 귀엽네."
내 말에 헤돈이는 잠시 침묵했다.
아! 혹시 귀가 콤플렉스인가?
"저를 칭찬한 존재는 소년분이 두 번째입니다. 고맙습니다. 소년분."
아닌가 보다 다행이다.
"고맙기는. 칭찬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말한 거야. 그런데 헤돈아 물어볼 게 있는데……"
"주저하지 말고 질문하셔도 괜찮습니다."
"아 진짜? 고마워. 그러면 말이야… 여긴 어디야? 나는 누구고?"
"……… 이거참 잘 잊어버리는 소년분이로군요.
일단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드릴 수 있지만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저도 알지 못하기에 드릴 수가 없군요.
다만 방법은 제시해드릴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먼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드리도록 하죠.
방금까지 소년분이 누워 계셨고 지금 서 계신 이곳은 탑의 최하층입니다."
"탑?"
"그렇습니다. 몇몇을 제외하고 언제 생겼는지 모를 이 탑의 위에는 금은보화 불로장생 절대적인 힘 마법과 같은 재주와 신비가 존재합니다."
"그런 건 필요 없는데 헤돈이도 내가 누군지는 진짜 몰라?"
"성미가 급한 소년분이로군요.
그러면 소년분의 두 번째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드리도록 하죠."
헤돈이는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진정 소년분이 자신이 누군가에 대한 답을 찾길 원한다면 위를 향하세요. 이 탑안에 있는 모든 답.
그리고 이 우주의 모든 진리와 영광과 기쁨은 저 높은 곳에 마련돼 있답니다. 이 탑은 그런 곳이에요."
장황하게 설명하지만, 요는 탑을 오르라는 것이겠지?
"헤돈이 설명 잘하네. 그러면 올라갈게. 헤돈이도 같이 가자."
헤돈이는 나를 잠시 뚫어지게 쳐다봤다.
왜 보지?
"소년분의 말씀은 감사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저는 이 탑의 최하층관리자.
소년분과 같이 탑을 올라갈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그거 그만두고 같이 가자. 나랑 같이 가면 재밌을 거야."
비슷한 말이었지만 처음과 달리 헤돈은 작게 웃었다.
"후후 소년분은 재밌는 분이로군요.
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소년분의 청을 거절하는 대신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소년분이 탑을 올라가는데 작은 도움을 드릴 순 있습니다.
어떡하시겠습니까?"
권유는 두 번까지-
머릿속의 누군가가 말했다.
왠지 지켜야 할 것 같다.
"알았어. 그러면 도와줘. 헤돈아."
"포기가 빠른 소년분이로군요.
이거 참 너무 빨라서 섭섭하기까지 하려고 하는군요."
"하하 미안해 헤돈아. 권유는 두 번까지라고 누가 말했어. 누군지는 기억 안 나지만 말이지."
정말 누굴까?
공백의 기억 속에 울리는 어딘가 익숙한 문장이었다.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니 기억이 나지 않는 것에 조금 답답하다.
기억해내고 싶다. 그런 바람이 가슴속에 조그마하게 박혔다.
하지만-
"그렇군요."
그것과는 상관없이 내 앞에서 작게 미소 짓는 생명체는 유희를 즐기듯 내게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탑을 오르기 위한 시험을 치를 준비는 되셨나요 소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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