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신
어떤 명분을 가진 인간이든,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끝없는 어둠 속에서는 절대로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
깊고 고요한 어둠은 인간의 두려움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스스로를 공포에 몰아넣으며 생각과 행동을 위축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의 천명은- 백성을 위한 완벽한 신이 되는 것이다.
그는 언제나 나에게 완벽한 신으로서의 용서와 자비를 말했지만,
용서와 자비는 비열한 자들을 위한 기회이고 구실이며,
오히려 압도적인 공포야말로 어리석은 인간들이 저지를 잘못을 사전에 처단하는 것이다.
인간이란, 다른 이의 잘못은 용서없는 처벌을 받길 원하면서
자신의 잘못에는 자비와 관용을 바란다.
자신의 비열함은 삶의 요령으로 포장하면서 타인은 원칙을 지키길 바라며
배신하면서도 배신당하고 싶지 않아 하고,
악습인 걸 알면서도 자신이 이득을 보는 순간에는 그대로 답습하며
공정한 기회보다 공평한 불행을 바라는게 바로 인간이다.
인간 본연의 성품이 저열하고 추악하기 그지없는, 지옥에나 걸맞는 것이라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완벽한 신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러므로 나는 인간들에게
지켜지지 않는 원칙과 명확하지 않은 규칙으로 어둠 속에서 눈을 멀게 하고,
단 한 번의 실수도 용서하지 않는 처절한 처벌로 한 걸음도 섣불리 내딛지 못하게 하며
불공정한 기회와 불공평한 결과로 포기와 체념에 익숙하게 하겠다.
그런 세상이 '삶'이 되고, 그 삶에서 얻은 경험이 자식에게 '삶이 준 교훈'이란 이름으로 되물림되며,
그것을 익혀 자란 모두가 그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순응하지 않는 자를 배척하게 만들어 모두가 자발적으로 틀 안을 벗어나지 않는
영원한 통제의 굴레를 만들려 하는 것이다.
-네이버 웹툰 「가담항설」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