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관(下棺) : 박목월 시(1959년)
하관(下棺) : 박목월 시(1959년)
관(棺)이 내렸다.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 내리듯.
주여
용납하옵소서.
머리맡에 성경을 얹어 주고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르 하직(下直)했다. //
그 후로
그를 꿈에서 만났다.
턱이 긴 얼굴이 나를 돌아보고
형님!
불렀다.
오오냐. 나는 전신(全身)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그는 못 들었으리라.
이제
네 음성을
다만 듣는 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 //
너는 어디로 갔느냐.
그 어질고 안스럽고 다정한 눈질을 하고.
형님!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 하는 소리가 들리는 세상. //
* 감상 : 이 시는 박목월이 초기(청록파)의 시 세계를 벗어나 일상적 삶의 문제를 다룬 후기시의 한 작품. 초기작의 토속적인 분위기와 안정감은 희미해진 대신, 구체적인 생활 속의 일을 다루는 원숙함이 엿보인다. 실제 시인의 ‘아우의 죽음’이 배경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