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만추 11권 452~456
에필로그 『그러니 나는 또 달리기 시작하다』 일부(452~456)
바람이 불고 있다.
푸른 동쪽 하늘에서 흘러나오는 아침 바람이다.
높은 성벽 위에서 시원한 듯한 바람을 느끼는 벨은 조용히 자리에 서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시 중앙을, 백악의 거탑을.
이윽고 아침 노을 빛이 맑은 하늘을 빛낼 무렵, 금색의 장발이 흔들린다.
소년에게 한 명의 소녀가 찾아왔다.
"아이즈 씨……?"
"응……좋은 아침"
"……왜 여기에?"
"왜 그럴까……이곳에 오면 너를 만날 수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인 걸까"
"그런, 가요"
"응"
"……"
"……"
"아이즈 씨"
"?"
"다시, 싸우는 방법을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네"
"……"
"……"
"……넌, 치사하네"
"…… 죄송합니다"
"……"
"……"
"……괜찮아"
"……괜찮은 건가요?"
"응……같은 눈을 하고 있어"
"?"
"내가 거울 앞에서 항상 보는 눈"
"……"
"아……그래도 너는 그 별로……나 처럼 이상하지 않고, 좀 더 눈이 예쁘고, 그"
"풋"
"……왜 웃는 거야?"
"죄, 죄송합니다"
"……"
"……"
"나는 할 일이 있으니까,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네, 괜찮습니다……감사합니다"
"으응"
"……"
"……"
"아이즈 씨"
"왜?"
"저…… 강해지고 싶어요"
"……그렇구나"
"네"
"갈게"
"네"
"……또 보자"
"……네"
아침 노을의 저편으로 금색의 동경이 사라진다.
옆에서 떠난 소녀의 뒷모습을 지금 만큼은, 벨은 보지 않았다.
눈빛은 오래 전에.
하늘을 관통하는 웅대한 백악의 거탑에——그리고 그 아래에서 잠자는 지하 미궁에.
약속과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 던전에.
"……"
욱신거리는 손가락을 움켜쥐고, 아직 낫지 않는 상처의 아픔을 새긴다.
이 노을의 빛에 다시 맹세를 바치며, 벨은 약속 장소에 등을 돌리고——.
그러니 소년은 다시 한 번――달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