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9권 작업하면서 든 선역과 악역에 대한 의문점(스포)
뭐 그렇습니다 ㅇㅇ
지금까지는 로키 파밀리아/프레이야 파밀리아 및 주신 헤르메스 등이 주인공 편이니까 선역측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는데, 과거의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그게 영 아닌듯 싶더군요
일단 헤르메스부터 살펴보면
1. 기본적으로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캐릭터임
주신 로키와 디오니소스, 그리고 심지어는 풍요의 여주인 점원들과 파밀리아 단원들 공인으로 헤르메스는 도통 믿을 수 없는 인물이라고 나왔는데, 제 생각에는 그것보다 더욱 근본적으로 헤르메스라는 신물의 신격 자체가 그야말로 신뢰가 불가능한, '카오틱'한 인물이라고 봅니다
일단 헤르메스가 맡긴 일은 확실히 처리해주니까 신뢰할 만한 캐릭터라고 하실 분도 있지만 이건 업무와의 관련성이지 인격, 아니 신격 그 자체와는 하등 상관이 없는 게 어떤 상황에서든 암살을 확실히 집행해주는 암살자 집단의 리더는 암살 임무에선 매우 신뢰할 수 있지만 뒤에서 언제 배신을 때려 자기 목을 딸지 모르기에 고용주에겐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인물(예를 들어 외전 8권의 암살자 파밀리아의 주신임이 거의 확실한 주신 세크메트)이란 것과 동일선상에 있는 것으로 현실적으로 보면 도통 믿을 수 없지만 일은 잘 하는 심부름센터 사장과 같은 거라는 겁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오라리오의 모든 주신들이 헤르메스가 15년 전 제우스 파밀리아의 몰락 당시 그를 통수치고 길드의 우라노스 측에 붙었다고 생각해서 그를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헤르메스는 아직도 제우스를 만나서 최신 정보들을 전달해주러 도시 밖으로 여행을 자주 떠날 정도로 그와의 커넥션이 건재하고(정황상 제우스를 숨겨준 게 헤르메스가 아닐까 싶음) 오히려 우라노스 쪽에는 본편 11권에서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그와 정보를 교환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다소의 거리를 두고 이용해먹는 편에 가까운, 그야말로 리버스 관계인 게 무슨 개꿀잼 몰카마냥 사실 배신했다는 사실을 배신했다는 거임! 이런 것도 아니고 오라리오 내의 주신들에게 완벽에 가깝게 자신의 본 의도를 숨기는 것을 보면 이 신물이 흑심덩어리인 것을 알 수 있는
2. 방임 및 관망이라는 가면 아래에서 모든 것을 조종하려 들고, 무대 역할인 오라리오의 유지와 주인공 역할인 영웅의 탄생 이외의 다른 가치관엔 딱히 관심을 갖지 않음
일단 헤르메스가 작중에서 보인 모습을 보면, 외전 3권에서 오라리오를 괴인 및 타락한 정령이 공격해올 거라는 징조가 나타난 것과 본편 5권에서 영웅으로서의 가능성이 높기에 자신의 선택을 건 벨이 생사의 기로에 섰을 때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헤르메스는 직접적인 행위를 하지 않고 관망하는 쪽이었습니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제노스 문제와 이슈타르 파밀리아 문제라는 두 중대한 문제에 있어선 헤르메스는 직접적인 행동은 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자신의 계획에 방해가 되는 두 세력을 남의 손을 빌려 파멸시키려 했는데, 특히 제노스 문제에 있어선 길드, 우라노스의 부탁을 받아 이켈로스 파밀리아를 제압하려 했지만 그것조차 사실 순수히 불법적인 짓을 하는 파밀리아를 배제하려는 게 아니라 이켈로스 파밀리아와 제노스의 공멸을 유도해 그 틈바구니에서 벨의 위명 상승을 유도하는, 엄청나게 계산적인 행보를 보였다는 거죠
게다가 헤르메스가 외전 9권의 어린 아이즈나 외전 11권의 벨의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한 것(전자의 경우엔 로키팜 3인방이라는 제동장치, 후자의 경우엔 제노스들이라는 유대감)을 배제하고 순수히 '영웅의 탄생'이라는 가치관, 이념에 따라 해당 인물의 심정, 인격의 변질 가능성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강제적으로 행동을 조장하는 어찌보면 '악신'의 모습이 나타난다는 겁니다 아이즈의 경우에는 몬스터를 도륙해나가면서 심신 양면으로 극도로 몰린 상황에서 위업을 달성하지 못하면 로키팜 3인방과의 관계파탄+이빌스로의 변절 가능성이 생기게 했고, 벨의 경우에는 제노스들과의 두꺼워진 신뢰의 고리의 강제적인 파괴를 통해 유대감 상실+신념의 거절은 물론이고 아예 마음이 강제적으로 꺾여버릴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헤르메스가 유도했던 걸 보면 진짜로 헤르메스는 자기 이외의 모든 것을 꼭두각시로 삼아 오라리오라는 '무대'에 영웅이라는 '주인공'을 세우려고 하는 진정한 쾌락주의자 겸 악신(개인적으론 명예 이빌스라고 칭하고 싶을 정도)이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현재의 양대 파밀리아의 가장 큰 문제점을 살펴보자면
1. 오라리오에서 제우스-헤라 파밀리아 연합을 몰아낼 때 인수인계도 제대로 받지 않고 무력으로 쫓아냈다
일단 15년 전 당시 제우스-헤라 파밀리아 연합은 오라리오 전체의 치안을 책임지는 중대한 역할을 하면서 무법자들과 특히 이빌스 세력들이 부상하지 않도록 억제하고 있었는데, 로키팜과 프레이야팜은 그저 도시 최강 파밀리아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로키팜의 단장 핀이 이런 모습을 많이 보여줌) 단기간에 세력구도가 뒤바뀌면 양대 파밀리아가 구축해놓은 체제가 혼란에 빠질 거라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혹은 생각했지만 그것은 도시 최강 파밀리아를 얻는 것에 비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달리 말하자면 자신들의 위명 상승이 오라리오 주민들의 피해에 비해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 생각하고) 앞뒤 생각 안하고 곧바로 도시에서 항쟁을 통해 양대 파밀리아를 밀어냈죠
2. 무력으로 쫓아낸 다음에는 네임밸류 올리는 뽕에 취해 도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좋은 결과가 하나라도 나왔냐 하면, 그건 절대로 아닙니다 제우스팜과 헤라팜은 길드에 굉장히 협력적인 태도를 견지하면서 도시의 치안 강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했는데, 당장 새로 대두한 로키팜과 프레이야팜은 정통성 그런거 없이 도시에 필연적으로 큰 혼란을 불러오는 항쟁으로 양대 파벌에 오른 데에다가 길드 말은 드럽게 안 들어먹는건 물론(크노소스와 다이달로스 오브 등 도시에 큰 해가 될 이빌스 및 괴인 세력에 대한 정보를 로키팜과 프레이야팜이 어떻게 취급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답이 나옴) 지들끼리도 허구한날 최강을 가리자며 싸워서 도시에 혼란을 앞장서서 가져왔는데, 그렇게 인수인계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도시는 박살나기 직전에 도시엔 이빌스+외부 세력+무법자 파밀리아들이 서로 섞여서 완전히 치안이 망가진 상태에서 사실상 이빌스 준동 초기부터 활약한 아스트레아 파밀리아보다도 훨씬 졸렬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거죠 로키 파밀리아가 가네샤 파밀리아랑 공조하면서 어떻게든 막아볼려 해도 인력은 부족하고 프레이야 파밀리아는 자기 주신 컬렉션 역할한다고 하등 도움이 안 되고 사후약방문하기에도 늦은 지 오래고... 뭐 이 정도면 당장의 공명심에 눈이 멀어 도시와 주민들의 미래를 내팽개친 셈이니 답이 없죠
3. 사후약방문을 할 거라고 결정이라도 했으면 당장에 최선의 조치를 취했어야 하지만, 현실은 10년 동안이나 일을 질질 끌었다
결국에 본편 9년 전 시점의 핀의 언행을 보면 그래도 어떻게든 조치를 취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한 것처럼은 보이지만(그마저도 프레이야 파밀리아는 하지 않았지만), 이것도 겉치레로 보이는 게 다른 것보다도 도시의 안녕, 더 나아가서 3대 퀘스트 완수를 통한 세계의 평화를 꾀하고 이를 위해 서로의 파밀리아 및 길드와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음이 분명한 구 양대 파밀리아에 비해 새로운 양대 파밀리아는 앞에서 말했다시피 서로서로 싸우기 바빴다는 겁니다
류의 경우 아무리 당시 이빌스 주력이 많이 줄었다고는 해도 '아스트레아 파밀리아, [질풍]에 의해 많은 이빌스들 및 무법자들이 처단당해서 도시에 평화가 찾아올 수 있었다'라고 시르를 비롯한 많은 등장인물들이 입을 모아 말하고 있을 정도로 단 혼자서 10년보다 훨씬 적은 기간동안에 이빌스 주력을 척결할 정도인데 정작 류의 그 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류가 과거 소속되어 있던 아스트레아 파밀리아보다 강한 모험자가 몇 배나 많으면서도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빌스가 사건을 일으키면 거기에 끌려다니는 수동적인 모습으로 일관하고 정작 이빌스 소속 파밀리아들을 각개격파해서 도시에 항구적인 안정을 가져다올 생각 따위는 하지 않은 양대 파밀리아는 도대체 뭘 했냐 이겁니다 5년 전 27계층에서 핀이 보여준 모습대로라면, 이빌스 주력 멤버들 레벨분포가 많이 낮았을 시기인, 더 이른 시간대에 이들이 이빌스 세력을 일거에 소탕했다면(심지어 5년 전 당시에도 이빌스 주력을 일거에 격파할 전투력 격차가 충분히 있었음) 던만추 본편과 소드 오라토리아에서 나타나는 그러한 악의 세력들이 일찌감치 뽑혀나가지 않았겠냐는 겁니다 정보도 자기들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고(심지어 어쩌면 길드보다도), 전투력도 훨씬 강대한데 도시 최강 타이틀 유지하겠답시고 던전에 짱박혀있거나 아예 주신 컬렉션이 되어버린 양대 파밀리아는 과연 악의 세력에 대한 타도가 불가능했던 걸까요 아니면 그들 스스로가 악을 척결할 만큼 선하지 않았기에, 그렇기에 그냥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 없이 방기하고 10년 동안이나 수만, 혹은 수십만 명의 주민들을 고통받게 했던 걸까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 정도입니다 진짜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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