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텍본은 꼭 필요한 게 아님
텍본은 스캔본과는 다르게 국내 정발이 안 된 라노벨을 미리 읽기 위해서나 아니면 기존 번역이 극혐 수준일 때 그걸 대체하기 위해 만드는 거고, 상업적 용도로 악용해서 자기가 돈받고 팔아먹으려는 사람이 아닌 이상 단순히 '니네는 책 사지 말고 이거나 읽어라' 가 아니라 '너네도 이거 보고 같이 입덕하자' 라는 마인드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요즘 시대에는 서브컬쳐에서 사용하는 일본어 번역 전용 고급 번역프로그램도 무료로 풀려있는 상태이고, 라노벨 원서 스캔본도 자기가 일본어를 좀만 할 줄 알고 라노벨 이름을 안다면 바로 검색해서 찾을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노력만 좀 한다면 라노벨을 안 사고도 충분히 자력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텍본을 만드는 이유를 찾는다면, 일종의 '나만 이런 좋은 걸 읽을 수는 없지' 같은 마인드 정도? 텍본이 사고파는 용도로 악용되는 걸 완전히 배제할 수만 있다면 배포를 통해 팬덤을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다면 좋은 일이고, 어차피 텍본 보고 책 안 사는 사람은 텍본 없어도 책 안 사고 텍본 없이 책 사서보는 사람은 텍본 있어도, 심지어 정발이 안 됐어도 일본 현지 직구로 원서로나마 책을 사기 때문에 유입층 내에서 정발본을 사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나온다면, 어찌보면 손해는 없고 이익만 있는 '기적의 딜교' 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상업적 용도로 텍본을 악용하면서 그 책임을 회피하는 게 가능한 사이트 중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유X아가 작년 10월 운영진의 야반도주로 공중분해된 이후, 상업적 악용의 가능성은 사라져버렸다고 해도 무방하고요. 책은 게임 DLC같은 게 아니라서, 시리즈 중에서 몇 권은 구매하고 몇 권은 텍본으로 보유하는 식으로 하는 식은 불가능합니다. 애초에 그렇게 하는 게 훨씬 바보같은 일이고요.
엄밀히 말하자면, 텍본 제작은 라노벨 원서의 '무단 수정'에 들어가기 때문에 저작권법에 저촉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주로 PC를 이용해서만 유통되고 억~조 단위의 돈이 움직이는 분야인 게임이나 영화 등과는 다르게 현물이 텍본/스캔본보다 훨씬 큰 가치를 지니고 단일 작품의 경제적 가치 자체도 비교적 낮은 책은 텍본을 상업적 용도로 판매하거나 하지 않으면 경제적 손실이 미미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렇게 하나하나 잡아넣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뿐더러 텍본으로 유입되어 책을 구매하게 된 독자층도 사라지게 되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굳이 텍본 이용자들을 잡지 않는 겁니다. 더군다나 여기는 텍본 공유만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 아니라, 엄연히 팬 커뮤니티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곳이니까요. 앞에서 말했다시피 텍본 본 뒤에 정발본 안 살 사람들은 애초부터 정발본 구매할 의향 자체가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경제적 손실이고 뭐고 원래부터 수익이 날 수 있는 독자층이 아니고, 이런 상황에서 저작권법에 위배된다는 본질적 문제점이 아니라 원래 책 살 사람들도 책을 안 사게 된다는 문제 제기를 통해 비판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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