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엘프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던만추 세계관에서 하이엘프의 정의는 대충 어떻게 될까요?
일단 소오 5권에 나온 내용대로라면 던만추/소오 본편 시점에서의 하이엘프는 과거 알버트 팟에서 마도사를 담당하던 왕녀 세르디아의 여동생의 후손들을 일컫는 걸로 되어있습니다. 근데 이 '후손'이라는 개념이 현실의 일본 왕실과 같은 완전한 직계뿐인지, 아니면 신라의 왕족처럼 직계에 방계까지도 포함하는 건지를 모르겠네요
현실의 신라 왕족 같은 경우에는, 한국사 시간에 지겹게 배우는 내용이지만 성골과 진골로 분류됩니다. 실제로 양친이 왕족이면 성골, 한쪽이 왕족이면 진골 식의 분류는 주류 사학쪽에선 완전히 배제된 내용이지만 어쨌든 신라 초기 시절부터 존재했던 최고위 귀족들이랑 왕족들의 피가 섞이면서 나타난 게 진골인 건 확실하므로 이거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던만추 세계관은 무장하지 않은 일반인 한둘 쯤은 가볍게 찢어죽일 수 있는 수준의 몬스터가 버젓이 돌아다니고 문명의 수준 또한 오라리오를 제외하면 전근대 수준이기 때문에, 근현대식 도시가 발달한 것도 아니고 위생상태가 뛰어나거나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긴 것도 아니라서, 전세계의 인구/인구밀도는 낮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안에서도 범용성이 특징인 인간이나 왕성한 번식력이 특징인 아마조네스에 비해 크게 낮은 인구수/번식력을 보이는 게 엘프고, 그 안에서도 순혈 왕족혈통은 엘프 귀족 내에서만 한정해도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다만, 단순히 '왕족의 혈통을 이은' 엘프로 치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게, 엘프 왕족, 즉 하이엘프들도 가뜩이나 숫자도 적은데 근친으로만 결혼해서 애를 낳을 리는 없으니까 숫자의 유지를 위해서 고위 귀족들과 혼인하거나 하는 식으로 후사를 잇고, 아예 귀천상혼을 해버리는 엘프도 있을 테니까 그렇게 왕족이 아닌 엘프들과의 혼인으로 태어난 엘프가 후손을 만들면서 피가 옅어지고 하는 형태로 방계의 방계의 방계의... 식으로 가지치기를 해나가면 폐쇄적인 엘프 사회 내에선 알고보니 그놈 혈통이 그놈 혈통, 하는 식으로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왕족의 혈통을 이었다는 이유만으로 하이 엘프가 될 수는 없는 게, 당장에 하이엘프 중에서도 왕족 직계인 리베리아의 먼 친척이면서 고위 귀족 혈통인 아이나가 하이엘프에 속한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고, 마찬가지로 아이나의 딸인 에이나의 경우에도 단순히 '하프 엘프'라고만 나오지 '절반이나마 하이 엘프의 혈통을 이었다' 식의 묘사는 나온 적이 없습니다. 아이나는 고위 귀족의 혈통을 이었기 때문에 조상 중에서 하이 엘프의 핏줄을 이은 고위 귀족들이 잔뜩 포진해있을 테고, 진짜 족보대로만 따져보면 진짜 직계 왕족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방계 왕족에 준하는 수준으로 하이 엘프의 핏줄을 진하게 이어받았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즉 단순히 '엘프 왕족의 피를 얼마나 진하게 이어받았나'라든가 '조상 중에 엘프 왕족의 피를 이어받은 자가 얼마나 존재하는가'가 하이 엘프가 되는 조건이 될 순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마도 '직계 왕족에서 촌수가 어떻게 되는지' 정도로 정하지 싶은데, 그 '촌수'라는 게 어떻게 될 지 모르겠네요. 던만추 세계관의 엘프 왕족은 현재 존재하는 모든 '엘프'라는 종족의 개념을 창조한 반지의 제왕 세계관에 나오는 신다르/놀도르 왕족 같은 경우와는 다르게 진짜 딱 촌수만 따져서 순혈 요정으로 왕가의 혈통을 조금이라도 이었을 경우에 왕족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라서, 사실 지금까지 접해본 작품들에서 나온 걸 가지고 대입해보기엔 넘모 애매합니다. 종족 자체가 하이 엘프랑 그냥 엘프 식으로 스테이터스로 구분할 수 있게 나뉘어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일단 단서를 조금이라도 찾아보면, 아이나를 굳이 '먼 친척'이라고 표현한 점이 있는데, 일본의 가족/친척 문화에서 가까운 친척은 딱 사촌까지만 해당하고 그 이상은 그냥 먼 친척으로 표현합니다. 애초에 사촌 이상의 촌수부터는 결혼도 가능하고요. 그리고 소위 말하는 '직계 왕족'이라는 개념은 동양이든 서양이든 왕 자신이랑 그 자식들에 형제자매까지로 한정된다는 걸 생각해보면 정황상으로 억측이나마 해봤을 때 대충 하이 엘프가 직계 왕족+직계 왕족의 사촌 이내 친척들에 한정되는 칭호가 아닐까 하고 추측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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