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0권 스포] 교전, 그리고 아리시아의 충격
드디어 리베리아의 얼굴에 초조감이 켜진다. 끝없는 의구심도.
퇴로도 확보 못한 지금 이제 전멸은 필연.
“죽어라”
레비스는 리베리아의 대처도 불허했다.
쌍검의 반쪽을 뒤로 모아, 인간 외의 근력으로 투척하다.
바람이 불었다. 대기에 구멍을 뚫는듯한 굉음.
진로 상에 있던 비올리스나 바루크의 살점이 튀며, 풍선처럼 흩날리고, 어둠 파벌 잔당의 머리나 팔이 부서진 장난감처럼 날아갔다.
피바람의 샤워를 지르며 전쟁터를 횡단하는 파괴의 검은, 곧장 리베리아에게 향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도달하기 전에—— 한 엘프가 먹이가 되기로 하고 있었다.
“——아리시아!!”
이름을 부르는 유예밖에 안 되는 리베리아의 큰소리.
혼전 속에서 잔당의 한 사람을 뿌리치고 얼굴을 올린 직후, 급박한 흉탄에 아리시아는 경직한다.
눈동자에 비친 칠흑의 주검(저주받은 검)이, 아무 말없이, 무자비하게 그녀에게 죽음을 선고했다.
단말마의 비명도 못 올리고, 머리를 폭쇄시킨다.
“윽!”
“——에?”
그 직전.
아리시아의 시야에 금색의 날개가 펼쳐졌다.
사선에 끼어든 한마리의 세이렌이, 양팔의 날개를 교차시키며 주검의 일격을 막아냈다.
겹쳐진 날개가 관통되고, 오른쪽 어깨까지 뚫렸다.
그대로 관통하고 찔러진 저주받은 검을, 세이렌은 어깨의 근육에 혼신의 힘을 줌으로써 그 이상의 살육을 막았다.
“레이!?”
리자드맨들 『이단아』의 비명이 흩어지는 중, 세이렌은 어깨가 꿴 채, 그 굉장한 반동을 죽이지 못하고, 바로 뒤의 아리시아를 말려들어 쓰러지다.
“……왜?”
등을 세게 맞고, 천천히 자리에서 상체를 일으킨 아리시아는 어물어물 그것만 중얼거린다.
어깨와 얼굴을 붉게 더럽혀진 세이렌이, 힘없이 가슴에 기대어 있다.
긴 속눈썹을 떨며 눈을 뜬 『그녀』는 미소 지었다.
“저의 날개보다, 아름다운 당신의 금발을…… 더럽히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생각해서……”
“에……!?”
“만약 허락된다면,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다고……그런, 꿈을 봤습니다……”
숨을 할딱거리며 잔잔한 미소를 띤 세이렌을 내려다보며 아리시아의 얼굴이 갈라진다.
울먹이는 젖먹이처럼, 성난 요정처럼, 행선지를 잃은 미아처럼, 이제는 정리되지 않은 수많은 감정이 엘프의 용모를 어지럽혔다.
거기에 증명은 없다. 입증은 없다. 방안은 없다.
괴물을 증오하는 자들을 납득시킬 정도의 이유와 성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한결같은 사랑이 있었다.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하지만 고귀한 『우애』가.
이것이 『괴물』인가?
사랑에 굶주리고, 목숨을 걸면서까지 몸을 던지는 이 고결한 생물이 괴물이란 말인가.
아니면,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검을 휘두르는 나는, 더 끔찍한 『마물』이 아닐까?
엄청난 충격이 정서의 소용돌이를 부르며, 가슴이 범람한다.
자랑스러운 엘프의 가치관이 송두리째 부서지고, 『괴물』이라는 절대 악의 지표가 깨진다.
아리시아는 눈동자를 떨며, 그 몸을 끌어안지도 못하고, 자신의 가슴 속에서 시시각각 죽어가는 세이렌을 내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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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으신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아리시아는 일반적인 엘프들과 비슷합니다. 벨프의 성을 알자 크게 분노하고, 벨이 엘프 왕녀와 휴먼 모험자 사이에 아이가 있었던 영웅담을 언급하자 레피야와 함께 왕족 모욕죄라고 격분했죠. 그런 아리시아가 몬스터, 이단아 레이의 희생정신에 큰 충격을 먹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거부하는 자신은 몬스터보다 더 흉직한 마물이 아닌가 자괴감에 빠지는데... 앞으로 이 둘이 어떻게 될지 이것도 흥미진진합니다.
게다가 이 문장에서 알 수 있는건, 이단아들과 레비스가 격돌했습니다. 즉 레비스가 본편에 등장할 가능성이 더 강해진 겁니다.
벨이 레비스를 격퇴하고 아이즈의 영웅이 된다는 저의 망상이 진짜가 되는게 아닌가, 흥분됩니다. 빨리 다음권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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