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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10권] 에필로그
douknow00 | L:0/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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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 | 조회 1,927 | 작성일 2018-08-07 16: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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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10권] 에필로그

만만찮은 파괴력을 가진 공격이 소년의 몸을 친다.
칼날을 돌려서 타격을 목적으로 칼등으로 때리고 있지만, 그것은 분명히 [검희]의 공격.
일격 일격이 필살이며, 심지어 위력을 갖추고 있다.
lv.3의 모험자 따윈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검극의 폭풍.
그러나 쓰러지지 않는다.
자꾸 구역질, 눈동자에서 의식을 멀리하다 해도 소년은 일어선다.
결코 [문]앞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과감히 공격해온다.

 

“……?”

 

아이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맞닥뜨린 벨 크라넬에게, 가슴이 마르도록 떨었다.
처음에는 싸우는 게 싫었다.
비브르를 지키는 소년을 찾아내서, 비탄에 잠겼다.
소년과 무기를 마주치는 것이 슬프고, 괴롭고, 너무도 싫었다.
무시하고 비브르를 쫓아간다고 해도, 소년은 그것을 불허했다.
시벽 위에서 아이즈가 가르친 모든 것을, 아이즈에 돌려주고 처넣고 왔다.
그래서 아이즈도 요령을 버리고 무자비하까지 소년을 두들겼다.
눈을 내리 까며, 따르지 않는 소년의 의지를 때려부신다.

 

(그랬을 텐데……)

 

이제는 양상이 바뀌어 있다.
아이즈가 여전히 시종 우세.
그러나 밀리는 것은

 

(나?)

 

소년이 숨김 통로를 사용해서 놓친 비브르.
소년의 등이 지키고 있는 숨긴 문을 열면, 눈앞에 있는 소년을 치우기만 하면, 아이즈는 [괴물]를 처치할 수 있다.
그랬을 텐데, 그랬을 텐데, 그랬을 텐데.
끈적끈적한 피로 갑옷을 더럽혀도, 아무리 망가져도 소년은 멈추지 않는다.
꽉 쥐는 칠흑 같은 나이프을 내찔렀다.
아이스가 휘두르는 [데스 퍼레이드]와 몇번이나 불꽃을 튀기고, 그 진홍빛 눈동자를 아이즈의 금색의 두 눈동자를 꿰뚫는다.
아이즈의 검을, 터무니없는 일격을, 뒤흔든다.

 

(왜……내가 밀리고 있지?)

 

강해졌다. 아이즈가 한번 치켜세운 것처럼 소년은 정말 강해졌다.
하지만, 이건 아이즈가 알려준 [강함]이 아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강함]이다.

 

(웃!)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나는 틀리지 않았어.
[괴물]은 죽이지 않으면 안돼.
그런데, 그런데!
어째서 내가 틀린 것처럼—— 그런 눈으로 보는 거니!?

 

(—어째서!?)

 

마음의 외침과 함께 던져진, 준열한 어깨 내리베기가 소년의 어깨에 박힌다.
커헉, 하고 흩날리는 엷은 홍색의 타액, 폭하고 가라앉는 몸, 때굴하고 뒤집히는 진홍빛 눈동자.
그러나, 역시 쓰러지지 않는다.
참고 견디면서, 소년은 온몸을 포효한다.

 

“아이즈 씨? 아이즈 씨!!”

 

아이즈의 이름을 몇번도 부르며, 소리를 친다.
가슴속에 간직한 마음을, 전한다.

 

(싫어!!)

 

안된다. 용서하지 않는다.
소년의 일격을 받는 것은, 소년의 마음이 이 몸에 닿는 것은——아이즈의 패배다.
[힘이 수반하지 않는 의지]를 아이즈는 듣고 싶지 않았다.
아니면 [의지가 따른 힘]을 그가 증명해버린 순간, 듣지 않으면 안된다.
계속 거부하고 있는, 소년의 이야기를.
계속 아이즈가 외면하고 있는, [진실]을.

 

(절대 안돼!)

 

검희의 가면 아래, 떼쓰는 아이처럼 머리를 흔들며 나이프를 털어낸다.
압도되고 있어. 내쳐야 해. 지면 안돼.
이것으로 괜찮아? 소년도 상처 입히고, 나도 상처 입고.
이것이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것?
질퍽질퍽한 채 가속하는 사고, 혼선하는 마음의 소리, 혼란이 생기고 있는 칼날의 번뜩임.
마음 속에서, 누군가가 아이즈에 속삭이고 있다.
어린, 또 다른 아이즈가 안타까운 듯이 바라보고 있다.
그것을 깨달지 못한 시늉을 한다.
당황과 곤혹을 뿌리친다.
[괴물]을 없애기 위한 검으로, 베어 없앤다.
고속의 어깨내리 베기. 막을 리가 없다.
절상. 옆에서 쳐서 피한다.
베어 넘기기. 피하게 하지 않아.
꿰뚫기. 간파했다.
돌려차기. 직격한다.
바로 맞지 않는다. 맞는다. 겹쳐지지 않는다. 서로 겹친다.
소년에게 가르친 [기술]이, 도난 당한 [임기응변]이, 하필 이런 곳에서 최대의 효과를 발휘한다.
일찍이 이런 불락의 상대가 있었을까?
어떤 참격이 닥쳐도 베이지 않고, 파괴할 수 없고, 좌절하지 않는 의사에 아이즈는 눈동자를 흔들린다.
멈추지 않는다.
멈출 수 없다.
소년의 [성장]이.
마음을 양식으로 삼아, 미친듯이 소원을 외치며, 피아 사이에 있는 절망을 번복하며, 이 일분 일초——순식간에 반복되는 가속과 정지의 경계선상에서—[성장]하고 있다.
한마리의 [괴물]을 지킨다는, 단지 그 일념에서.
어리석을 정도의 [마음]을 안고,

 

“하아아아아아!”

 

벨은 포효했다.
높고 날카로운 포효가 아이즈의 팔을 흔든다.
구제 불능인 마음의 기장이 [검희]의 검의 기세를 확실히 죽였다.
있을까 말까한 힘을 주고 가속한 두 자루의 나이프가. 처음으로 아이즈를 위협했다.

 

“웃!?”

 

경악을 뿌리치고 아이즈가 휘두른 검격.
이내 붉은 나이프가 튕겨져, 그대로 날아가는 벨.
그를 향해 재빨리 날아드는 두번째 참격. 벨은 거기다──왼팔에 찬 수갑(手甲)을 내질렀다.
[검희]의 참격을 아다만타이트제 방어구 너머로 미끄러트린다.
서로간에 튀기는 막대한 불꽃과 긁히는 소음. 억지로 아이즈의 품을 빼앗은 혼신의 육박.
아이즈는 시간의 틈새에 서 있다.
불과 한순간, 확실한 순간.
검희를 넘어선 소년의 [기술].
얼굴이 맡닿을 듯한 지근거리──자기 무기의 간격에 들어서자.
벨은 신의 나이프를 휘둘렀다.

 

“아아아아아아아!!”

 

하늘로부터 원을 그리는 보라빛 참격.
기다란 금발이 나부낀다.
소년과의 전쟁 중 처음으로 후퇴를 선택한 아이즈는 살며시, 가슴에 손을 가져다 댄다.

 

“……!”

 

장비한 은빛 흉갑에, 무언가 살짝 스쳤다.
흔적이 역력했다.
날카로운 뭔가에 스친 흔적이다.
소년의 외침이 도착한 증거이다.
그리고 그것은 [의지가 따른 힘]의 증명이다.
순간, 아이즈는 말을 잃었다.
패배.
눈을 돌리던 [진실]에 맞서야 할 때.
만신창이가 된 벨을 바라보며, 고뇌하는 눈으로 미간을 찌푸리던 아이즈는, 다시 참격을 날렸다.

 

“읏!?”

 

휘둘러진 아래부터의 은검을 검은 나이프로 방어한다.
까득, 까드득 하고 칼날끼리 서로 소음을 내는 가운데, 아이즈는 입을 열었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처음 행해지는 아이즈의 물음에 그는 놀라며 곧게 외쳤다.

“그 아이를 돕고 싶어서요!”
“정말, 진심으로? 사람이 아닌 [괴물]인데?”
“평범한 몬스터들과는 달라요!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까요! 웃을 수도 있고, 손도 마주잡을 수 있는……저희랑 똑같은 감정을 가졌다고요!
“아냐, 같지 않아. 다른 모두는 그런 일 못해.”

 

적어도 인류는 [괴물]과 손을 마주 잡을 수 없다.
흐트러진 이치다. 심한 모순이다.
위협적인 체구, 피를 상징하는 엄니, 죽음을 부르는 불꽃, 수성을 띤 목소리.
모든 것이 사람을 유린하는 상징이다.
모든 것이 인류를 살육의 부정적 낙인이다.
모든 것이 증오의 대상이다.
그런 괴물의 손을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어떻게 그 몸을 끌어안을 수 있을까?
한손으로 내리누르는 아이즈의 검이, 벨의 나이프를 반론과 함께 밀어내린다.

 

“큭……!”
“괴물은, 사람을 죽여. 많은 사람들이 죽고……많은 사람들이, 울어.”

 

뇌리를 오가는 다양한 광경.
부서진 거리가 있었다. 평화가 사라진 낙원이 있었다.
모두 망한 겨울 경치가 있었다. 울부짖는 사람이 있었다.
피 흘리는 사람이 있었다. 이윽고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힘이 다한 모험자가 있었다.
동료를 지키다 꿰뚫린 무사들이 있었다.
덧없는 미소를 남긴, 소중한 사람이 있었다.
자신이 보고 온 광경을, 그것에 얽힌 모든 감정을, 아이즈는 검에 담는다.

 

“그치만……그건 우리 모험자도, 마찬가지잖아요!”
“……읏!”
“아이즈 씨의 검도, 제 나이프도!”

 

진리의 측면을 찌르는 벨의 말에 아이즈의 검이 떨린다.
동포도 죽이는 인류. 지금 도시를 망치는 수많은 목숨을 뺏으려 하고 있는 어둠 파벌.
괴물보다 끔찍한 인간은 분명히 있다.
인류와 괴물을 구분하는 경계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아이즈는 대답하지 못했다.

 

“저는……”

 

검을 쳐내고 간격을 벌린 소년은 무어라 입을 열려다 주저했다.
하지만 모든 방황과 갈등을 삼키고, 결의를 간직했다
아이즈 머릿속이 경종을 울려도, 그는 말을 고했다.

 

“……그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을 원해요!”

 

시간이 멈춘 아이즈에게 분명히 말했다.

 

“비네들이 웃을 수 있는 세상을 갖고 싶다고요!”

 

[괴물]과 사람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세계가 원한다고, 그렇게 말했다.

 

“무슨 말을, 하는거야……?”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하고 싶지 않다.
다만 분명한 건 이미 손쓸 수 없을 정도까지 자신과 그는 동떨어졌다는 것.
아이즈에 꿈을 옮겨준 흰토끼가, 이제 자신의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멀리 가고 말아, 이제는 쫓아다닐 수 없게 되어 버린, 그런 감각.
아이즈는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이제, 됐어……물러나.”

아이즈는 허용할 수 없다.
그 어리석은 소원을 인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벨은 물러나지 않았다.
한계를 넘어선 몸이, 푹하고 무릎이 꿇고, 한층 낮아진 시선으로 아이즈를 올려다보았다.
고뇌를 드러내며, 양보하지 않겠다는 듯 배후의 문을 지키며.

 

“싫어요……”
“그만.”
“싫어……”
“부탁이야.”
“──그럴 순 없어요!”
“──비키라니까!”

 

지금까지 서로에게 한번도 주고받은 적 없는 고함을 내지른다.
이런 말 하고 싶지 않는데. 이런 일 하고 싶지 않았는데.
뭐가 어떻게 잘못된 거지? 어디서 자신과 소년은 이렇게 길이 엇갈려졌을까?
나는 사실, 너와, 더욱——.
가슴에 오가는 셀 수 없는 마음을 물리치고 아이즈는 검을 벨 눈앞에 들이댔다.

 

“벨거, 야.”
“……!”
“엄청, 아플거야. 그러니까……”

 

우스울 정도로 위협이 되지 않는, 서투른 말.
아이즈 최대의, 최종 통고.
그래도 벨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즈의 눈동자에 슬픔이 차다.
벨의 얼굴이 고뇌에 뒤틀린다.
다음 순간, 의지의 힘으로 눈을 치켜 뜬 [검희]는, 검끝에 힘을 주었다.
달빛을 반사하는 눈부신 은빛 섬광에, 아이즈를 떨었다.

 

“──안돼!”

 

그 순간,
배후의 문이 열리며, 아이즈의 시야에 그림자가 달린다.
흔들리는 로브, 벗겨지는 후드.
아이즈와 벨의 눈앞에, 한마리의 [괴물]이 양손을 펼치며 뛰쳐나왔다.

 

“벨 괴롭히지 마!”

 

사람과 다를 게 없는, 높은 가성이 울려퍼진다.
아이즈는 드러난 청은빛 머리칼과 청백색 이형의 모습에, 벨은 날개가 한쪽만 난 그 뒷모습에, 시간은 멈췄다.

 

“비네……? 주신님, 왜!?”

 

벨이 미친 듯이 주신 이름을 부르지만, 아이즈에겐 상관없는 일이다.
소년을 감싼 비브르에, 아슬아슬하게 참고 있었던 감정의 탁류가 가슴으로부터 넘쳐난다.

 

“부탁이야…… 벨을 다치게 하지 말아줘.”
“……웃!”

 

그런 눈으로 보지마.
그런, 괴물이 아닌, 사람 같은 얼굴로, [지키려는 자]의 눈빛으로, 날 보지마.
틀려. 이건 틀려. 이런 건 거짓말이야.
이건 아이즈가 생각했던 괴물이 아니다.
소년이 말했던 것처럼, 이런 괴물이 있다면 아이즈는——

 

“그만…… 말하지 말아줘”

 

아이즈의 가면이 떨어지려 하고 있다.
가슴속에서 감정이 범란한다.
소녀에게 들이대는 검이, 요동에 떨고 있다.
실의 끊어지게 된 나무 인형처럼, 그녀는 푹하고 고개를 숙였다.
앞머리로 눈동자를 감추고, 시야로부터 모든 것이 사라지고, 마음 속에 고인 어둠에 잠긴다.
그리고.
아이즈 [뒷면]이, 검붉은 불꽃과 함께, 포효했다.

 

“……어째서, 너 같은 존재가 있는 거야?”

 

조용히, 어두운 중얼거리던 말은, 마치 자기 것이 아닌듯이 들렸다.
천천히 얼굴을 들어올리자, 거기에는 말을 잃고 창백한 벨이 있다.
그리고, 사람의 형상과 닮은 [괴물]도 있었다.
아이즈의 시야는, 이제 증오스러운 [괴물]밖에 비치지 않았다.

 

“너의, 당신들의 목적은. 뭐지?”
“나, 나는……벨과 함께, 있고 싶어.”
“──그런 일, 용납하지 않아.”

 

아이즈의 두 눈이 검처럼 날카롭게 가늘어졌다.
벨이 얼어붙은 것도 모르고, 움직이지 않는 [괴물]을 시선으로 일관했다.

 

“그 괴물들처럼 지상에 멋대로 설치겠다니, 결코 용납할 수 없어.”

 

등이 뜨겁다. 등이 불타고 있다. 등이 미칠 것만 같은 증오를 외치고 있다.
밉다. 너무도 밉다.
알고 있었다. 끝없는 살의라는 걸.
그러니까, 죽이지 않으면.
[괴물]는 없앤다라는——이 소원과 함께.

 

“네 손톱은 누군가를 상처 입혀!”
“네 날개는 많은 이들을 두렵게 만들어!”
“네 그 붉은 돌은, 많은 이들을 죽이고 말아!”

 

규탄을, 혐오를, 거부를. 이 세상의 자명을, [괴물]에게 쏟아 붇는다.
[등]에서 솟아오르는 검은 불꽃에 촉구하는 대로, 말을 늘어놓았다.
아이즈의 [등]이 속삭였다.
등에 새겨진 [힘]이 떠오르듯 깜빡이고, 외쳐온다.
그렇다.
붕괴하는 대지.
넘쳐나는 무수한 [괴물].
쌓여진, 붉게 물들어진 눈.
유린이, 비명이, 파괴가.
절규가, 통곡이, 상실이.
그리고, 그 불길한 [칠흑의 종언]이!

 

(으윽!)

 

좋아했던 장소가 부서졌다!
좋아했던 나날들이 산산조각이 났다!
사랑하던 그 사람들을, 빼앗겼다!
가장 먼저 어머니가!
그 다음에 아버지가!

 

[미안하다…… 용서해다오, 아이즈]

 

그리고

 

[——살거라, 너는]

 

약한 나를 제치는, 그 따뜻한 손이.
전부, 전부, 전부!!
전부, [괴물] 때문이다!!
눈동자의 신경이 태워진다.
[등]이 그치지 않는 증오를 외친다.
일렁이는 검은 불꽃이, 눈물에 젖은 웃음소리를 올린다.
차가운 겨울의 기억을 격렬한 불길로 감싸며, 붉은 투쟁의 세계로 바뀐다.
아이즈는 소리치지 않았다.
날뛰지 않았다. 울지 않았다.
단지 분노와 증오, 슬픔과 마음의 어둠을 검에 실었다.
눈앞의 [용의 괴물]을 바라보면서 들이댄다.

 

“나는, 널 놓아줄 수 없어.”

 

검과 같은 신념, 검과 같은 각오.
검고 활활 타는 아이즈의 눈동자에, [괴물]은 얼어붙고, 재기 불능되며—— 얼마쯤 있다가.
조용히, 자신의 양손을 내려다보았다.
아이즈가 경멸하는 날카로운 손톱을 바라보고, 왼손에 있던 그것을 한번에 움켜쥐었다.

 

“에?”

 

그것이 아이즈의 중얼거림이었을까, 아니면 벨의 중얼거림이었을까?
[괴물]은 호흡을 떨며, 단숨에 꺾었다.
뿌직, 하고 기분 나쁜 소리를 내는 손톱, 지면에 구르는 고기가 붙어있는 파편, 손가락에서 눈물처럼 떨어지는 붉은 물방울.
누구의 피도 아닌, 자신의 피로 [괴물]의 손은 물들여진다.
다음은 오른손. 다음은 한쪽 날개.
소년의 비명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모든 손톱을 잃은 [괴물]은 날개를 잡아 찢었다.

 

“우,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등으로부터 생긴 용의 날개가, 소리를 내며 날개가 떨어진다.
굳은 아이즈의 뺨에 사람의 것과 같은 피가 부착했다.

 

“비네!?”

 

벨이 외치고, 무너져 내리는 [괴물]의 몸을 끌어안는다.
할 말을 잃은 아이즈의 발 밑에 구르는 것은, 아까 때어낸 손톱과 날개.
대가인 것처럼 몸의 일부를 바친 [괴물]은 소년의 가슴에 기대며,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올려다본다.

 

“만약, 내가 또……내가 아니게 되면.”

 

마지막으로 한손을 이마에 박힌 붉은 보석에 가져간다.

 

“이번에야말로 사라질 테니까……”

 

이마에서, [마석]이 있는 가슴에 손을 옮기고, 그렇게 말했다.
[괴물]에는 있을 수 없는 행위에, 아이즈의 가면이 갈라지다.

 

“……나, 쭉 외톨이였어.”

 

[괴물]는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다.

 

“어둡고 추운 장소에서……내가, 내가 되기 전부터……쭉 혼자였어. 아무도 날 도와주질 않았어. 아무도, 껴안아주질 않았단 말이야……”

 

깊고 어두운 기억의 바다에 잠기면서, 쉰 목소리로 자아낸 말.
그 슬픔이, 그 고독이, 아이즈를 병들게 한다.
이글거리는 검은 불꽃이, [등]의 맹위가 시들어 간다.
[괴물]의 윤곽이 녹아 간다.

 

“베이고, 아프고……무서웠어, 외로웠어.”

 

희미해져 가는 [괴물]의 눈초리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렀다.
무엇을 하고 있냐고 [등]이 아우성친다.
이성을 잃지 말라고, 아이즈의 [스킬]이 떠들어 대고 있다.
하지만 이제 멈출 수 없다.
그 눈물에서, 시선이 벗어나지 않는다.
검은 불꽃이 가져다 주는 안개가 걷힌다.
[괴물]이 완전히 무산되다.
과연 거기에 있던 것은 눈물을 흘리며 용의 소녀와, 그리고.

 

“————!”

 

아이즈였다.
또 다른 어린 아이즈가 소년과 마찬가지로 용의 소녀를 안아 감싸고 있다.
눈동자에 눈물을 글썽거리며, 이제 그만하라고 호소하고 있다.
검을 들이댄 아이즈의 가슴이,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그 감정의 이름을, 뭐라고 하면 좋을까?
아이즈는 몰랐다.
거짓말쟁이, 하면 좋을까?
용서하지 않아, 라고 넋을 잃으면 좋을까?
그만해줘, 라고 울부짖으면 좋을까?
저기, 라고.
울 것 같은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당신에게 물어 보고 싶어.
통한다고 생각한 것은 나의 실수? 나의 환상?
무엇을 하고 있어?
왜 거기에 있어?
왜 당신은 [괴물]를 감싸고 있어?
너무해! 너무해! 너무해!
지독한 배신이야!
당신은 나이고, 나는 당신!
모든 것을 빼앗기고, 모든 것을 잃었다는 걸 알게 된 그날, 우리는 [괴물]을 죽이기로, 그렇게 결정했는데!
발밑이 와르르 소리를 내며 무너진다.
또 다른 아이즈가 사라진 마음속에서, 바보처럼 흐느껴 울었다.
그리고.

 

“그런데, 혼자였던 나를, 벨이 구해줬어.”
“!”
“캄캄한 곳에 있던 나를……아무도 구해주지 않던 나를, 벨은 구해줬어!!”

 

알아버리고 말았다.
용족 소녀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버렸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한다.
눈 앞의 달빛 풍경과 기억 속, 황량한 겨울의 경치가———용족 소녀와 또 다른 소녀가 녹아든다.
둘이 섞이며, 하나로 합쳐진다.
아이즈의 눈동자에 비친 장면은.

 

(나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이즈]였다.

 

(내가 있어……)

 

아이즈 가면은 완벽하게 벗겨졌다.
———그녀는 나와 같다!
모든 것을 잃은 나처럼.
어둡고, 추운 곳에서 계속 외톨이였던 나처럼.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았던, 과거의 나처럼.

 

(하지만……)

 

그녀에게는, [소년]이 나타났다.
아이즈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소년의 손이 닿았다.
아이즈의 손은, 아무도 잡아주지 않았다.

[너도 멋진 사람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
[언젠가 너만의 영웅과 만날 수 있으면 좋겠구나]

엄마와 아빠의 말이 살아난다.

 

(거짓말이야!!)

 

마음이 울부짖었다.

 

(나에게는—— [영웅]이 나타나지 않았어!)

 

언제까지고 울어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고, 도움 따윈 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고———그래서 아이즈는 스스로 [검]을 뽑았던 것이다!
눈앞의 용의 소녀는, 그녀의 [영웅]이 나타난, 또 한명의 자신이었다!

 

(치사해, 치사해, 치사해!)

 

나였을 때는 나타나지 않았는데!
나는 [검]를 잡을 수 밖에 없었는데!
질퍽질퍽 된 마음 속에서 어린 아이즈의 목소리가 반응한다.
울부짓는 소녀의 목소리가.
결별했을 터인, [약한 소녀]의 오열이.
아이즈는 벨을 보았다.
용의 소녀를 끌어안는, 그녀만의 [영웅]을.
고통이 온몸에 베어 나오다.
비애가 어깨를 짓누른다.
선망이 금색의 눈동자를 흔든다.

 

“……”

 

흐느끼는 과거의 잔재를, 있을까 말까한 의지의 힘으로 막아냈던 아이즈는…… 고개를 떨구었다.
실 끊어진 인형처럼, 들이민 검이 천천히 내려간다.

 

“……나는, 이 비브르를 죽일 수 없어.”

 

마모된 심신에서 짜낸 것은, 그런 지친 목소리였다.

 

“아이즈, 씨……”
“넌……아니 너희들은……틀리지 않았다고……생각해.”
“……”
“나는 더 이상, 너희들과 싸울 수 없어……”

 

얼굴을 올리지 못하고, 달빛에 젖는다.
용의 소녀도, 소년의 얼굴도 못지 못했다.
불합리한 말을 그들에게 던지고 버릴 것 같아서.
[검희] 가면도, 모험자의 갑옷도 잃은 지금의 아이즈는, 단순한 소녀였다.

 

“……”

 

그 모습에 서있던 벨은, 순간 뻗은 손을 움켜쥐고, 눈을 돌렸다.
그가 지켜야 할 용의 소녀를 강하게 안았다.
그 좁은 어깨에서 자신의 손이 떠나지 않도록.
아이즈는 아무 말도 없다.
자조의 미소도, 슬픔의 목소리도, 눈물도 흘리지 않는다.
모든 것을 깨닫고, 체관에 지배되며, 마지막 이성을 써서, 어색한 움직임으로 작은 가방에서 엘릭서를 꺼냈다.

 

“도와줄 순, 없어……난, 여기 있을게.”
“아이즈 씨……”

돌 층계 위에 두고, 등을 돌린다.

“가”
“……고마워요.”

 

벨은 엘릭서를 갖고 소녀와 함께 떠났다.
아이즈는 돌아보지 않았다.
금색의 장발이 바람에 흔들린다.
검을 칼집에 되돌리는 것도 잊은 채, 새하얀 달빛이 내려보는 가운데, 바닥에 시선을 떨어뜨린다.
오늘 이 날.
아이즈의 다짐이 깨졌다.
[몬스터는 죽인다]라는, 자기자신과의 중요한 약속이.

 

“아이즈.”
“……”
“괜찮겠어?”
“……응.”
“난 먼저 돌아간다.”
“……고마, 워.”
“왜 내가 고맙단 소리를 들어야 하냐?”

 

나타난 청년이, 분명 자초지종 보고 있던 웨어울프가, 말 없이 자리를 뒤로 한다.
다시 정적이 흐르고, 홀로 남겨졌다.
소녀는, 달밤을 올려다보며, 입술을 움직였다.

 

“누가…… 나를 도와줘.”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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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spell
이게 에필로그인가요?? 일부러 이 부분을 맨뒤로 뺀건가요(
2018-08-07 17:19:03
추천0
HAMELEN
음 이부분이 마지막이였나요?
저는 아스테리오스랑 벨이싸우는부분도나온줄알았는데
2018-08-07 17:31:34
추천0
douknow00
이게 에필로그 맞습니다.
2018-08-07 17:33:52
추천0
벨토끼
헐 이게 에필로그라니 하지만 마음이 착잡하네요 아이즈의 부모 말대로 멋진 사람과 멋진 영웅은 나타났지만 하지만 비네의 영웅...
2018-08-07 17:59:38
추천0
Nahpshaten
기억하는게 맞다면 프롤로그에서 보여줬던 장면이 에필로그에서 확실히 설명되는걸 보며 참 전율했었습니다.
빨리 다음권이 나오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다시한번 시벽위에서 벨과 만났을때의 속마음이 정말 궁금해 지는군요.
2018-08-07 18:45:29
추천1
LGLSly
이 뒤의 아이즈와 벨의 대화나 다른 내용들은 다음권 에서 이어지면 좋겠네요...
한권으로 끝내기에는 다른 인물의 입장도 보고싶고 너무너무 아까운것 같습니다 ㅠ
2018-08-07 19:46:06
추천0
곰돌이퓨
히로인의 마음을 아프게한 토끼의 죄가 깊고도 무겁습니다.
2018-08-07 20:16:43
추천0
skydrum
여기서 잘못 나가면 흑화를...
2018-08-07 20:38:55
추천0
[L:7/A:87]
사람이란
아이즈멘탈제대로나가는군요 여기서 아이즈흑화도괜찮겠지만 그건아니겠지요
2018-08-07 22:15:59
추천0
아몬드버터
진짜 이부분은 몇번을 봐도 감동.. 이라기 보다는 슬프네요 ...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 직접 일어설수 밖에 없었던 아이즈가. 그 고통을 이기고 생긴 상처의 딱지를 비네라는 존재가 무리하게 뜯어버려 피가 다시 솟는 느낌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혼란과 벨에 대한 배신감과 애정. 스테이터스와 스킬와 마음을 양립불가능한 양립...

필체가 그 슬픈 장면을 더 슬프게 만들어주는 듯 하네요

번역 감사합니다 .! 11권 정말 기대됩니다
2018-08-07 22:43:08
추천0
나는잔다
마지막에 아이즈가 누가 나를 도와줘라는 부분에서 가슴이 찡해집니다
2018-08-08 03:32:27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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