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언맨3 해석 (제목 수정)
(제목 수정됨)
사실 댓글로 썼었는데... 쓰고 보니 너무 길어져서 글로 올립니다.
뭐, 3에 나온 토니 캐릭터가 감독 변경에 의한 설정 붕괴가 아닌 그 전부터 계속 이어져 왔다는 가정 하(그리고 원래 1,2편에 그런 의도가 없었을지언정 3편에 의해 감독의 새 해석이 더해진 거겠죠)에 해석해본다면...
일종의 의존증이라고 할 수 있겠죠. 1에서 토니는 '아크 원자로'를 단 순간, 죽음->부활을 겪었다고 할 수 있어요.
아크 원자로라는 건 자신을 절망적인 죽음의 위기로부터 구해준 일종의 메시아(까진 오버지만, 적어도 생명의 은인 정도) 같은 것이죠.
그러나 동시에, 원자로는 함께 제작되었던 '아이언맨 수트'를 연상시키는 것이기도 했죠.
원자로와 수트는 토니에게 아이언맨이라는 새로운 삶을 부여한 존재라고 할 수 있어요. 즉 원자로는 구원, 수트는 새 생명으로서의 부활을 의미한다는 거죠.
텐 링즈 소굴에서 탈출한 토니는 '아이언맨'과 '토니 스타크'라는 두 개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해요. 그리고 둘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는 다름아닌 아크 원자로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사실상 몸에 원자로 없이 수트 내부 동력으로 이용할 수 있었음에도 토니가 아크 원자로를 떼지 않은 건 바로 그 때문이에요.
'아이언맨'과 '토니 스타크'라는 두 자아를 하나로 묶어주는 상징 같은 존재였으니까요.
설령 그것이 자신의 죽음을 불러올지라도, 그것을 받아들일지언정 벗어날 수는 없었던 거죠. 2까지는 그랬던 겁니다.
(물론 2에선 자동 조종 그런 거 없지만, 그때도 굳이 아크 원자로가 몸에 박혀 있지 않아도 된다는 건 마찬가지였죠. 애초에 1의 아이언 몽거부터 걍 장착형이고)
자, 이제 3의 스토리로 들어가자면, 어벤져스 때의 사건으로 인해 토니는 자신의 생명에 다시금 '진짜 위기'를 겪습니다.
그 동안의 고만고만한 위기들이 아닌, 정말 한발 차이로 죽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을요. 그에 대해 토니는 심리적으로 심각한 공포증을 앓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 공포증은 수트에 대한 과도한 집착, 그리고 불면증, 일 중독으로 나타나죠.
수십 개의 수트를 연속해서 마구 제작해댄 것은, 그러한 위기에 대한 자기 방어 심리라고 볼 수 있어요.
(1에서) 자신을 죽음으로부터 부활시켰던 건 수트였으니까요. 당연히 토니는 심리적 안정을 얻을 때까지 마음속에 이 방패를 두르고 또 두르려는 겁니다.
(이렇게 해석하면 초반부터 하우스 파티 프로토콜을 발동시키지 않은 이유도 납득이 가죠. 방패는 하나라도 더 온전한 상태로 갖고 있고 싶을 테니까요.)
문제는, 이 과정에서 '토니 스타크'와 '아이언맨'이라는 별개의 자아에 혼동이 일어납니다. 3에서 토니가 수트를 '그'라고 칭하는 요소 등에서 그것이 드러나죠.
'나는 토니 스타크인가? 아니면 아이언맨인가? 어느 쪽이 더 안전할까? 역시 아이언맨으로 있는 편이 안전하지 않을까? 그럼 난 아이언맨 할래'
(솔직히 말하자면 홍보용 포스터 등에 실린 것과 달리 영화에선 이 부분이 어설프게 표현된 면이 있지만, 스토리로 해석하자면 여튼 이렇게 될 수 있겠죠.)
영화 상 과정은 아실 테니 생략하고, 그런 다음 토니는 텐 링즈(...)의 공격으로 인해 페퍼와 집을 잃게 됩니다.
탈주하면서 마크42의 에너지도 다 떨어져 이제 완전히 인간 '토니 스타크'밖에 남지 않게 되죠. 심지어 회사의 도움조차 받지 못할 상황에 처했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토니는 그제야 '진정한 자신'과 직면할 수 있었어요. 결국 공포증을 극복해 다시금 싸울 방법을 찾게 되고, 싸울 의지를 되찾게 됩니다.
솔직히 이 과정에서 토니의 심리 상태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줬다면 내용상 좀 더 매끄러워지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음, 러닝타임 상 좀 루즈해졌을 수도 있겠군요. 현재 140분이니 한 20분 정도 더 들어가도 크게 루즈한 러닝타임은 아닙니다만...
그렇게 해서 '아이언맨'이 아닌 '토니 스타크'로서의 자아를 확립한 토니는 클린 슬레이트 프로토콜을 통해 자신을 감싸던 방패들을 깨고 나오는 거죠.
과거에 자신을 부활시켜줬던, 그러나 아이언맨과 자신을 혼동시키던 존재인 아크 원자로에의 의존증에서 벗어난 겁니다.
그리하여 토니는 수술을 통해 원자로로부터 벗어날 결심을 하죠. 결국 그렇게 '아이언맨'이 아닌 '인간 토니 스타크'로서 살아가려는 듯하지만....
결말에서 1에서 외치던 대사를 토니는 다시금 외칩니다. 'I am Ironman.' 이건 클라이맥스 대사로서 큰 의미를 지니는데요.
그 동안의 '구원, 의존, 방어의 대상이었던 아이언맨'이었던 자신을 벗어던진 대신 '진정한 자신으로서의 아이언맨'으로 거듭났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런 만큼 앞으로의 아이언맨은 이전보다 더 자신감 있고 멋진 모습이 기대가 되네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 해석일 뿐이므로, 강요도 하지 않고 의견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해석하기엔 대충 이렇다는 거죠.
즉석에서 써올린지라 좀 두서가 없고 동어반복도 있을 수는 있는데요, 너그럽게 봐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