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게문학] The F U G - 5
"유린인가? 너야말로 여기서 뭐 하는 거지?"
평소처럼 아무런 감정을 담지 않고 말하려 했으나,
술보다 독한 달빛에 취한 탓일까 평소와 달리 목소리에 떨림이 있다.
이상하다.
상대는 오랫동안 봐온 아무런 감정이 없는 상대.
그러니 그럴 리 없다.
내가 한순간 눈이 따가울 정도로 내리쬐는
달빛조차 잊어버린 것이 그녀 때문일 리 없다.
그러니 지금 느껴지는 신비도 아른거리는 가슴도 그녀 때문일 리 없고
한순간이라도 눈을 깜빡이길 주저한 것도 그녀 때문일 리 없다.
그러니 그럴 리 없다.
"내가 먼저 물었는데?"
유린은 나와 달리 평소와 같….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말투는 평소와 같지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얼굴은 붉다.
누군가와 사랑이라도 나누고 온 것인가.
"그런가… 그랬지…."
그러한 생각과 달리 순간 고민했다.
동료들에게는 리더로서 언제나 강하게 보여야 하니
그녀의 질문에 호수를 보면서 외롭다며 중얼거렸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무엇이라 대답해야 하는 걸까.
"…… 호수를 보고 있었다."
"호수?"
의미를 알 수 없는 답에 유린은 역시나 되물어 왔다.
이해한다. 나도 모르겠으니까.
"그렇다."
유린의 시선이 밤하늘을 담은 호수로 향했다.
하지만 이것과 비슷한 풍경을 너무 많이 그리고 오래 봐온 탓일까 나와 같은 감상은 없었다.
"호수는… 왜?"
"…… 이유가 필요한가?"
"음…그런 건 아니지만… 왠지 자하드 답지 않네."
말로 할 순 없지만
지금 내가 너의 눈에 나답지 않게 보인다면 그건 전부 너 때문이다.
그 순간에 내게 다가온 네가 나쁘다.
그 순간은 내가 너무 약해서 만약 다가온 것이 악마였어도 흔들렸을 것이다.
그러니 잠깐만 이해해라.
곧 괜찮아질 테니.
"… 이번엔 네가 답할 차례다."
"그러네. 그런 대답이라도 대답은 대답이니깐. 대신 나도 제대로 말 안 해줄 거야."
"상관없다."
"음… 그러니까… 산책… 은 아니고…."
"제대로 말하지 않는 건 상관없으나 거짓말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군."
말을 가로채 그리 말하자 유린은 의외란 듯이 나를 봤다.
나도 의외다.
이런 '좋겠다.'라는 바라는 듯한 말을 하다니.
유린의 말대로 지금의 나는 정말 나답지 않다.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왜?"
고민했다.
무엇이라 말해야 하나.
순간 들었던 생각대로
거짓말 때문에 너에 대해 생각하기는 싫으니.
라고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술에 취하면 사람이 솔직해지지만, 달빛에 취하면 사람이 약해진다.
계속 기대고 싶다. 본심을 말하고 싶다. 설령 그것이 순간적인 흔들림이란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정신 차리자.
정신을 차리면 기다리자.
달빛이 사라질 때까지.
"…… 그냥 지금은 듣고 싶지 않군"
아무리 억제하려 해도 반쯤 본심이 나왔다.
그런 나를 보고 유린은 고개를 한번 갸우뚱하더니
"알겠어."
라고 말하고 답을 이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녀와 내가 있는 호수 방향으로 거대한 창이 날라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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