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게문학] The red Top - 2
더러운 소녀는 생각했다.
세상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도 있구나.
이 사람은 하늘의 푸름도 빛이 바래 보이게 하고
불어오는 바람의 시원함보다
내리쬐는 태양의 따스함보다
먼저 느껴지는 사람이구나.
소녀를 내려다보는 붉은 남자는 난감했다.
자신은 그냥 선선하게 바람이 불어오는 이런 날
풀밭에서 낮잠을 자려 했을 뿐인데
자신이 점찍어놓은 자리에는
이름도 모르는 상처투성이의 소녀가 자고 있었다.
그러다 소녀가 갑자기 눈을 뜨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여기서 뭐하냐."
소녀는 말이 없었다.
붉은 남자는 일단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다시
"어이!"
발로 툭-
남자는 소녀의 어깨를 살짝 쳤다.
소녀는 어딘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 네?"
비몽사몽 실 끝처럼 끊어질 것 같은 여린 목소리를 내었다.
그리고는 줄곧 남자에게
고정되어있던 시선을 돌려 주위를 살폈다.
"…… 꽃밭이라는 곳인가요?"
붉은 남자에게는 의미불명인 말이었다.
"꽃밭은 무슨… 풀밭이다!"
소녀의 얼빠짐이 어이가 없어 그렇게 소리친 남자는
자신의 붉은 머리를 거칠게 긁적이며 소녀의 곁에 털썩 주저앉았다.
"…… 그러면 당신은 신님인가요?"
"뭐?"
"… 들은 적이 있어요.
사람이 죽으면 천국이란 곳을 가는데 그곳에 가면
신님을 만난다고 했어요 ."
조금 전부터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에 붉은 남자는 한번 한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그리고 쓰러진 듯 만난 이후로 계속 누워있던 소녀를 관찰했다. 소녀의 몸은 처음 봤던 그대로 상처투성이였다.
무슨 사정이 있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도와줄 생각은 없었다.
분명 없었다.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외면하기엔 이 소녀는 너무 상처 입었다.
그대로 놔둔다면 아마 죽어버릴 것 같았다.
그런 여린 생명이었다.
그러니-
그는 생각했다.
지금 자신이 하는 행동은 선의가 아닌 어쩌면 악의일지도 모르는 위선이라고.
"닥치고."
붉은 남자는 주위의 신수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움직이면 죽는다."
남자는 신수를 조작하여 눈에 보이는 소녀의 상처들을 치료하였다.
치료에 걸린 시간은 찰나.
순식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눈에 보이는 상처는 물론 소녀가 가지고 있던 지병도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자는 신수로 누더기 같은 소녀의 옷을
길에서 봐온 또래 여자아이들의 옷으로 바꿔주었다.
"너도 그 옷도 내가 고쳐준 거니까 어디 가서 또 다쳐오면
다치게 한 놈하고 너 둘 다 죽는다."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씨 피곤한데 잠도 못 잤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남자는 불편한 마음을 뒤로 하고
소녀를 풀밭에 놔둔 채 걷기 시작했다.
소녀는-
남자가 이 장소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생각이 없었다.
너무 꿈같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자신이 살아있고
조금 전의 붉은 남자가 자신을
도와주었다는 것을 자각한 소녀는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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