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게 문학] 천검님 탑 오르신다!(그냥 심심해서 휘갈겨보는 퓨전 판타지 소설)
프롤로그.
백학검황 유연학.
그의 집안은 마을의 작은 도장을 하고 있었고, 유연학은 그런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유연학의 아버지인 유절수는 삼재신검이라고 불렸는데, 그것은 그의 검이 신의 경지에 이를 정도로 뛰어나서가 아닌 단순한 조롱이었다.
알고 있는 검법이 삼재검법 뿐이었고, 노력한 것에 비해 검술 실력이 그리 좋지 않아 마을의 아이들은 유절수를 삼재검신, 혹은 삼재ㅄ이라고 부르며 놀려댔다.
유연학은 그런 남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철이 들었을 무렵, 그는 마을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깨닫고야 말았다.
그게 싫었다.
아버지인 유절수는 가정에 충실하고 선량한 사내였기에, 어린 유연학의 분노는 더욱 컸다.
그래서 그는 검을 쥐었다.
그리고 그는 죽을 만큼 노력해 검으로써 화경의 경지를 이루었다.
화경, 즉 초절정고수에 이른 것이다.
그가 입을 열었다.
"평생을 검에 목숨 걸었다."
"......."
"처음 검을 쥐었을 때가 여섯 살이었던가. 내 아비를 욕하는 동네 아이들을 혼내주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였지. 그런데 처음 잡은 검이 제법 손에 잘 맞았어. 어느새 나는 어린 아이의 치기어린 복수심을 잊고, 검을 사랑하게 되었다네."
유연학은 자신의 애검을 어루만졌다.
반평생을 손에 쥐었던 애검이다.
유연학은 바로 전날 밤에 그 검의 날을 제 손으로 직접 세웠다.
이 검을 휘두를 오늘의 상대는 그럴 가치가 있는 인물이었다.
"그로부터 벌써 오랜 세월이 흘렀군. 많은 일을 겪었고, 많은 만남을 가졌다. 또 많은 사람을 죽였지. 다른 이들은 본좌를 향해 무림의 빛이요, 새하얀 학이라 부르며 칭송했지만, 본좌는 그런 대단한 인물이 아니야. 단순히 검에 미친 늙은이일 뿐이지."
상대는 대답하지 않았다.
유연학은 그의 침묵에 피식 웃었다.
유연학은 이미 반로환동(무공이 경지에 이르러 몸이 젊어지는 것)을 겪은 고수였기에, 그가 살아온 세월은 백 년에 가까워도 겉모습은 30대의 남자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검은 무엇인가. 본좌는 무엇을 위해 검을 쥐고, 휘둘렀는가. 오랜 세월 하던 고민이었네. 지존이라는 이 위치에 선 지금도... 본좌는 검이 무엇이며 왜 검을 쥐고 휘둘렀는지에 대해 마땅한 답을 낼 수가 없어. 그래서 본좌는 항상, 나와 마주한 적에게 이것을 물었네. 왜 검을 쥐었는가. 검은 무엇인가."
"......."
상대 역시 마찬가지로 검을 손에 쥐고 있었으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유연학은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
조금의 침묵 후에 유연학이 다시 입을 열었다.
"검이란 무엇인가? 자네는 왜 검을 익혔는가?"
"중요한 질문이오?"
상대가 물었다.
유연학은 크게 머리를 끄덕거렸다.
상대는 잠시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별 것 없소."
상대가 한숨을 쉬었다.
"어쩌다 보니 익히게 되었을 뿐이지. 나는 딱히 이것을 익히고 싶지 않았어. 사람 죽이는 기술 배워봐야 뭐가 좋다고. 그런데 어쩔 수 없었지. 정말로 어쩔 수 없었어. 익히지 않으면 내가 뒈질 판이었고, 이 세상은 싸움 좋아하는 개샊이들이 너무 많았거든. 살기 위해서 익혔고, 그리고."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침묵 끝에 나온 것은 커다란 한숨이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살아야 했으니까."
천검 유세하가 대답했다.
그 대답에 유연학은 눈을 끔벅거리며 유세하를 바라보았다.
집? 그는 머리를 갸웃거렸으나,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유세하가 더욱 검을 굳게 쥐었다.
"슬슬 합시다. 죽일 상대와 길게 이야기를 나눠봐야 정만 드니까."
"자네가 이길 것이라 보는가?"
"그러면 당신은?"
"허허, 벌써부터 승리를 어찌 가늠하겠는가?"
"에이, 말은. 말 술술 하는 것 보니 자기가 이긴다고 벌써부터 생각하고 있구만. 그런데, 그거 아쇼?"
유세하가 씩 웃었다.
"여태까지 싸우기 전에 입 턴 놈들, 다 나한테 뒈졌거든."
유연학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유세하는 주먹을 툭툭 털면서 앞으로 발을 뻗었다.
정파 무림 제일인, 백학검황 유연학.
그리고 하늘이 내린 검의 강자, 천검 유세하.
둘은 천산 소학봉에서 맞붙었고,
백학검황은 소학봉을 내려오지 못했다.
작가의 말 : 탑은 한 2 ~ 3화쯤 더 연재되면 오르게 될 예정임. 그러나 더 연재가 될지는 모름.
P.S. 프롤로그의 상당부분을 다른 소설에서 베껴왔음.